네이버ㆍ카카오 처럼 시장 독점우려…美서도 빅테크 인수 부정적
VC·벤처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M&A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PO가 쉽지 않은 국내 증권 시장에서 M&A가 성공적인 엑시트 전략으로 기능하며, 업계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엑시트를 통해 이익을 본 투자자의 자금은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진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창업가는 또 다시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선례를 보고 능력 있는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든다. 이른바 ‘창업→투자→엑시트→재창업 혹은 재투자’의 연결고리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작은 스타트업은 M&A를 통해 엑시트를 할 수 있고,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은 계속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수를 통해 밸류를 높일 수 있다. M&A를 하는 게 양측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M&A를 통한 엑시트 연결고리가 활발해지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매각을 통해 엑시트를 한 뒤, 다시 창업하는 연쇄 창업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는 2012년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를 세운 뒤 지분을 매각하고,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당근마켓 김재현 공동대표는 2010년 씽크리얼즈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엑시트 한 뒤, 당근마켓을 세웠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모든 회사들이 초기든 중기든 말기든 M&A를 통해 선순환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체 창업 기업 모수에 비하면 현재 M&A가 이뤄지며 엑시트한 기업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 M&A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의 M&A가 빅테크 기업의 독점과 문어발식 확장을 낳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네이버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44건, 32건의 기업 결합 심사를 받았고, 모두 승인을 받았다.
실리콘 밸리는 물론 자본 시장 전반에서 M&A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바이든 정부 이후 규제를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FTC(연방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페이스북)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인수한 기업은 총 616개에 달한다.
FTC는 이른바 ‘아마존 저격수’라 불리는 리나칸 위원장의 지휘 아래 빅테크의 스타트업 인수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 2월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인수 건을 막았고, 페이스북과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건에 관해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만약 페이스북이 패소할 경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분할 명령을 받아 쪼개질 수 있다. 레베카 슬로터 FTC위원은 “(빅테크 기업의) M&A를 개별 건으로 보면 별다른 영향력이 없어 보이지만, 소규모 기업 수백개를 인수했을 땐 독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