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생산 비중 높은 에쓰오일 최대 수혜자
정유사 1분기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 전망
“유가 등락 폭 큰 만큼 예의주시…가동률 하향 검토도”
경유 가격이 1년 만에 2배가량 상승하며 고공행진 하고 있다. 경유마진 강세에 힘입어 정유사들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 이어 2분기에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주로 자동차용으로 사용되는 경유(디젤, 0.05%)의 국제 가격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137.52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평균 가격이었던 68.77달러 대비 99.9%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3월 경유(디젤, 0.05%) 가격은 ℓ(리터)당 평균 1312.63원에서 올 3월 1826.93원으로 1년 만에 39%가량 상승했다.
경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유 정제마진도 크게 늘었다. 유가가 상승세일 경우 정유사들은 낮은 가격에 샀던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 이익을 보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유 정제마진은 30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S-Oil)은 경유 생산 비중이 36%로 업계 중 가장 높아 경유 마진 강세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정제마진도 정유사 수익 개선에 일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3.87달러를 기록했다. 전주(7.76달러)보다 6.11달러나 상승한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유가ㆍ경유마진 상승에 힘입어 정유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965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 상승한 수치다. 에쓰오일도 2분기 영업이익이 약 7320억 원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영향은 1분기 실적에만 기여하나, 러시아발 원유 수급 불확실성 및 정유 공급이 약 3%가량 사라지며 디젤 마진 개선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유사는 향후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대비하며 가동률 하향 등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의 등락 폭이 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수요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5월부터 가동률을 하향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김준 부회장은 “유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리스크에 어떻게 선제로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유가는 급등락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