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21.09엔을 기록했다. 엔화가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달 24일(115.57엔)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달러당 121엔을 돌파 했는데 현재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까지도 저금리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과거 엔화는 전쟁, 금융시장 위기 등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매수로 어김없이 가치가 올랐다. 특히 무역적자 확대와 엔 캐리 트레이드는 안전자산 엔화의 가장 큰 가치였지만 양축 모두 무너진 모습이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는 -1조1887억 엔을 기록했다. 전월(-3708억 엔) 대비 3배 이상 악화된 규모다. 경상수지 적자가 나면 일본 기업은 대금 지급을 위해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야 한다. 이 때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낮은 이자율에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에 따라 태도가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개인이나 기관처럼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더욱 냉정하게 투자 가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펀더멘탈 약화에 따른 외국인 이탈은 국내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공개된 물가 상승 신호는 국내 기업 펀더멘탈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과도한 물가 상승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부담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월 말 OCED CPI 증가율 지표는 +7.2% 수준”이라며 “1월 말와 3월 중순인 현재 사이의 원자재 지수가 더 높아졌으므로 글로벌 기업이익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 역시 원가 부담을 선반영해 한 단계 낮아진 상황에서 횡보하고 있다”며 “추가로 높아진 원자재 가격으로 추가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안전자산 선호도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국내증시 내 외국인 흐름은 센티먼트 흐름과 괴리가 벌어져있다”며 “올해만 코스피에 6조 2000억 조원을 순매도한 외인들은 여전히 매도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에 대해 국내 펀더멘털 영역에 대한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센티먼트 측면도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인덱스 상승 등은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 외국인 수급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수 상승세 제한, 특히 외국인 매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 전략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