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과 대장암 환자들이 내장정맥혈전증 진단을 받더라도 출혈 위험 등이 있는 항응고제 치료 없이 추적관찰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정맥혈전증은 인체의 정맥에 피가 응고돼 혈전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여러 합병증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이는 혈전이 분리돼 심장을 지나 폐동맥을 막을 경우 폐색전증을 발생시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어, 혈전 형성을 막는 항응고제 치료가 시행된다.
위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계 암 환자에게서는 복강 내 깊은 정맥에 혈전이 발생하는 내장정맥혈전증이 흔하게 발견된다. 하지만 심부정맥혈전증에 비해 내장정맥혈전증은 질병 경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명확한 치료 방침이 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항응고제 치료를 시행해 왔지만, 출혈 등으로 오히려 환자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근욱 교수팀(제1 저자 혈액종양내과 강민수 전문의)은 위·대장암 환자들은 내장정맥혈전증을 진단받더라도 대부분 항응고 치료 없이 추적관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초로 발표한 것으로, 해외 저명 학술지 ‘Public Library of Science’에서 발행하는 ‘PLOS ONE’에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내장정맥혈전증이 진단된 위·대장암 환자 51명을 전향적으로 등록해 환자들의 암 진행 상황, 내장정맥혈전증의 임상 특징과 경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내장정맥혈전증 진단 환자 51명 중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환자는 90%(46명)로, 종양 평가를 위한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 검사 시에 우연히 발견됐다. 또 전체 환자 중 정맥혈전증 진행 소견을 보인 환자는 약 31%(16명)였고, 혈전증에 의한 사망 환자는 없었다.
항응고제 치료 여부에 따른 혈전증 경과를 비교한 결과,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그룹(42명)에서는 절반 이상인 57%(24명)가 혈전증이 저절로 사라졌다. 반면 항응고제 치료를 받은 환자그룹(9명) 중에서는 약 22%(2명)만 혈전증이 사라졌다.
따라서 연구팀은 위·대장암 환자에서 내장정맥혈전증이 진단될 경우 항응고제 치료는 증상이 발생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대부분은 항응고제 치료 없이 추적관찰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내장정맥혈전증 보다는 암 자체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근욱 교수는 “위·대장암 발생률 세계 1·2위인 한국에서 내장정맥혈전증의 임상 특징 및 경과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것은 의의가 있다. 항응고제 사용은 오히려 여러 합병증을 증가시켜 환자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