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인가

입력 2022-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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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학교는 죽었다.”

진보적인 교육학자 E. 라이머는 일찍이 이렇게 갈파했다.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해 주고 전인교육을 수행하는 본래의 사명을 이미 상실했다는 의미이다. ‘기회 평등’ ‘자유, 진보, 능률’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심어 주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선전을 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개운치만은 않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의 속내를 보여줬고, ‘지옥’은 삶 그 자체가 지옥임을, ‘지금 우리 학교는’ 또한 학교가 이미 지옥이 되어 버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짊어지고 직접 드러낸다. 빈부 격차, 불평등, 젠더 갈등, 디지털 범죄 등이 그렇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가상 도시 효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좀비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2009년에 주동근 작가가 내놓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지만 드라마 ‘추노’, 영화 ‘해적’ 시리즈를 쓴 천성일 작가가 붙어 완성도를 높였다. 그래서인지 가슴에 꽂히는 명대사가 많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결심한 은지는 “원래 지옥이었는데 (좀비 덕분에) 진짜 지옥이 됐다”라든지, 전교 1등 남라의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라는 식이다. 그러나 마지막 생존자가 된 학생들의 마지막 말은 더욱 가슴이 아프다.

“어른들은 우리를 버렸다.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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