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모두가 기적이다

입력 2022-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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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시인은 하루의 모든 시작이 기적이라 했다.(마종기, 시 ‘기적’)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어찌 보면 기적이다. 평온한 일상을 빼앗긴 요즘이라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내게도 기적은 그리 낯선 일만은 아니다. 진료실에서 많은 기적을 목도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의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염증이나 감염, 기저질환의 영향, 노화 등이 눈을 공격한다. 노화가 주된 원인인 백내장은 시력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동공 속에 위치한 동그란 원반 모양의 투명한 단백질 덩어리인 수정체, 이것의 혼탁이 백내장이다. 많은 경우 수술로 치료한다.

눈이 백내장 수술을 겪고 나면 눈 속의 조직들이 붓는다. 진찰해 보면 눈 스스로 그 부기를 줄여 회복하려 몸부림치는 게 느껴진다. 때론 눈의 신음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칼날이 후벼놓은 상처로 인한 쓰라림과 피멍을 견디며 힘겹게 아물어간다. 수술 직후엔 다양한 세포와 조직, 염증의 부산물들이 눈 속에 부유하지만 며칠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수정처럼 맑고 투명해진다. 이윽고 점점 올바르게 빛을 받아들여 망막의 중심에 명료한 상(像)을 맺는다. 신비하고 오묘하다. 심한 염증이나 외상을 입은 눈이 아무렇지 않게 수일 후에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이 일련의 일들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기적이라 말해도 좋지 않을까.

눈들이 내 앞에서 힘들어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응원하는 것이다. 치유는 분명 자연의 힘이고 생명 본연의 힘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기에 눈들에게 응원을 해준다. 분명히 기적이 일어날 테니 힘을 내라고,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진료하는 시간은 눈을 위해 응원해 주고 기도해 주는 시간이다. 운동경기에서도 온 마음을 다한 응원이 때로 기적적인 결과를 낳듯 나의 응원도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아인슈타인은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어떤 일도 기적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또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늘 후자를 택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러면 많은 기적을 선물로 받을 것만 같다.

내일은 꽃말이 ‘기적’이라는 파란 장미 몇 송이를 화병에 꽂아 진료실 안에 놓아두어야겠다.

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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