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줄며 외국인 손님도 뚝
공실률 14.6% 서울 전체 웃돌아
8일 오전 11시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일대는 개학을 맞아 거리를 오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거리엔 여전히 빈 상가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건물 전체를 하나로 쓰는 이른바 통건물 역시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이대 정문 바로 앞 대형 화장품 가게였던 3층 규모의 건물은 2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3월 개학을 맞았지만 여전히 이 일대 상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서대문구 E공인 관계자는 “개학 전에 오피스텔은 방이 없어서 못할 정도로 거래가 많았지만 상가는 여전히 비수기인 것 같다”며 “개학 시즌에 맞춰서 2월 말부터 문의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으나 직접 거래로 성사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신촌·이대 상권 인근 대학인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해지면서 올해 1학기는 대면 수업을 확대하되 비대면 수업과 병행하기로 했다. 전면 비대면 수업이 아닌 만큼 아무리 개학 시즌이라고 하더라도 상권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전언이다.
이대 대학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개학을 했지만 자주 찾는 손님들 위주로만 온다”며 “여전히 이 일대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상가는 코로나 이후 2년 넘도록 지금까지 비어있다”고 토로했다.
바로 옆 신촌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대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공실은 덜한 듯 보였지만 곳곳에서 ‘임대 문의’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는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가를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권리금마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촌 일대 H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엔 권리금이 2억~3억 원에 달해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심지어 뒷돈까지 성행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권리금이 없어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대나 신촌 상권은 외국인들 수요가 많은 만큼 교환 학생들도 많이 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타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상권의 중대형 상가 기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4.6%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전체 상권 공실률(10%)을 웃도는 수치다. 1분기(13.3%)와 비교해도 공실은 느는 추세다. 코로나 이후 점포 수도 줄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촌·이대역 일대 전체 점포 수는 2659개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 2872개 대비 7.41% 줄었다.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코로나19가 어느덧 3년 차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