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진입 명령을 내리면서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재계에서는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 부품 수출 악화...전자ㆍ자동차 ‘비상’=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가장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 아르곤, 제논 가스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약 50% 수준이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2015년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반도체 생산용 네온가스 가격이 m3당 3500달러로 10배 이상 상승한 적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문제는 전기ㆍ전자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이 주요 IT 장비 공급 제한으로 이어지며 전자부품 업종에 부정적일 전망”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섹터 내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깜짝 이슈가 아니라 지속해서 위기가 감지된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던 터라 충분히 대비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원자재 소재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공급망 다변화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종도 경고등이 켜졌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차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장악했을 때,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가해지면서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64달러를 넘어섰다. 루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이에 따른 환 손실은 현대차, 기아가 떠안았다. 2014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7조5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면서도 “사태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회복세를 보이는 유럽 시장의 경직화에 대한 대비를 착수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유사, 건설 등 우크라發 나비효과...위험 증폭= 국내 정유사들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만큼 정유ㆍ화학 분야도 사태를 비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이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비중을 줄여야 할 경우, 1~2$의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원유 파이프라인 Druzhba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Brotherhood 등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국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 S-Oil,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등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건설ㆍ원자재, 음식료 등 수입 물가에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악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경기민감주는 영향을 받고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상반기 내내 유가가 고공 상태에서 지속하면, 시장에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