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마트몰 캡처)](https://img.etoday.co.kr/pto_db/2022/02/600/20220208170832_1716177_1200_681.jpg)
이마트 몰의 딸기 가격입니다. 만년설, 킹스베리 같은 명품종도 아닌, 흔하디흔한 설향(시장점유율 80%)인데, 가격이 500g에 1만5800원이나 합니다. 한 팩에 22~25알 정도 들었으니 한 알에 630~710원꼴이네요.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커피숍을 가봤더니 딸기가 그득합니다. 빵집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 위에도 딸기가 아낌없이 올려져 있네요. 편의점 신상 라인업도 모두 딸기입니다.
이렇게나 비싼 딸기를 막 퍼주는 유통 업체들. 어찌 된 일일까요?
‘딸기 마케팅 붐’ 을 알아보려면 딸기가 왜 금값이 됐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월 딸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10% 줄었는데요.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이상고온과 늦장마로 모종에 병이 들었고, 한파까지 덮치면서 딸기 발육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연구원 조사팀은 “생육기 고온으로 작황이 부진해 단수(재배면적당 수량)가 지난해 2월보다 약 8% 감소했다”며 “주요 해충과 흰 가루·탄저병 발생률은 지난해보다 낮았지만 위황병과 시듦병 발생률은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농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으로 딸기 재배면적이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출하 면적도 작년보다 2%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곧장 가격을 흔들어놨습니다. 지난달 딸기 가격은 2㎏에 3만9800원을 기록했습니다. 명절 특수까지 겹치면서 한때 4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죠.
이달 들어 다소 안정세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2만5000원(2㎏)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연구원 조사팀은 “이달 중순 이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고객이 ‘금딸기’를 보고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농총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월 딸기 가격은 2㎏에 2만5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https://img.etoday.co.kr/pto_db/2022/02/20220208170832_1716178_600_392.jpg)
편의점, 카페, 베이커리 등 식품업체들에게 딸기는 ‘완판 보증수표’입니다.
이디야 커피는 지난해 말 딸기 음료 4종을 선보였는데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70만 잔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한 달이나 빨랐다고 하네요.
디저트 성지로 떠오른 편의점도 예외는 아닙니다. 편의점 4개사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딸기 디저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신장했습니다.
금 딸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특급호텔 딸기 뷔페 입장권은 웃돈까지 얹어 중고거래되고 있습니다. 5만~6만 원짜리 티켓이 10만 원에 올라오고 있죠.
그 덕에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진행 중인 ‘스트로베리 애비뉴’는 지난달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고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한정 좌석으로 선보이는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도 현재까지 모두 만석입니다.
![▲출처=투썸플레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2/02/20220208170832_1716179_600_703.jpg)
식품업체들이 금딸기를 두고 넉넉한 인심을 베풀 수 있는 이유는 사전 매입 덕분입니다.
업체들은 안정적인 딸기 수급을 위해 산지와 사전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밭떼기’ 입니다. 업체들은 농지가 모종을 심은 직후인 10월~11월 계약을 맺습니다.
유명 베이커리 관계자는 “케이크, 쿠키, 음료 등 딸기 관련 제품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미리 농지와 계약을 맺는다”라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딸기는 값이 오르기 전 가격이기 때문에 넉넉하게 딸기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업체들의 사전 매입이 딸기 가격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딸기를 선점하면서 시중에 갈 딸기가 부족해졌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반대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떨어졌을 때 업체들은 비싼 값으로 딸기를 산다”라며 “한쪽 면만 보고 낙인찍는 건 억울하다”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