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새해의 꿈

입력 2022-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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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새해다. 꿈을 꾼다. 그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한 해를 살고 싶다. 꿈 하면 떠오르는 환자가 있다. 5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선생님, 잘 보이던 눈이 갑자기 안 보여요!”

그녀는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얼굴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며칠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이런 말을 하니 나 역시 놀라고 긴장했다.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수술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 어떤 사건이 있는 경우가 많다.

“꿈과도 연관이 있나요? 너무 슬픈 꿈을 꾸었거든요. 그래서 하염없이 울었는데 깨어 보니 눈이 흐리게 보여서 이렇게 왔어요.”

그녀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만큼 아들이 큰 사고를 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이어 말했다. 꿈속에서 그 일로 남편과 심하게 다투었고 많이 슬퍼하며 울었는데, 실제로도 눈을 심하게 비볐고 심각한 염증으로 이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희망을 잃은 듯 어두워 보이던 그녀의 표정이 기억난다.

2주쯤 지났을까. 다행스럽게도 환자는 시력을 회복했다. 마지막으로 진료했던 날 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슬픈 꿈은 더 이상 꾸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최근 2년여의 세월 동안 슬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녀가 잘 보이던 눈이 갑자기 안 보였듯 편안하고 즐거웠던 일상이 갑작스레 불편하고 고통스런 나날로 바뀌고 말았다. 흰 구름과 파란 하늘, 넘실대며 흐르는 맑은 강물, 꽃과 나무, 새하얀 눈과 비…. 자연은 늘 그렇듯 평화롭고 아름다운데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우린 본래 누리던 자유와 평안, 정겨움을 다시 갖지 못하고 있다. 이젠 이 슬픈 꿈에서 깨어나고 싶다.

어디서나,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겨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맘껏 만나고 즐기며 예전의 일상을 만끽하는 우리들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꿈꿔 본다. 새해에 품어보는 이 가슴 설레는 꿈이 꼭 이뤄지길 소망한다.정찬경 부평밝은눈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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