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숫자는 국민과 자영업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입력 2022-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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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의 고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설득의 수단으로 에토스와 로고스, 파토스를 제시했다. 에토스는 화자에 대한 신뢰감, 로고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 파토스는 정서적 호소와 공감이다.

계속되는 거리두기 연장에 정부가 자영업자를 달래고 설득하며 주로 삼는 수단은 ‘로고스’다. 오미크론 확산의 빠른 속도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근거로 거리두기 연장과 방역패스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방역 패스 도입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30만 명을 넘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매번 거리두기를 연장할 때마다 차가운 거리로 나가고 있다. 숫자는 이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에토스도 낮아 보인다. 코로나19 초기에 이른바 ‘K-방역’을 칭송하며 국민 모두가 방역과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걸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신뢰가 무너진 건 방역패스를 두고 벌어진 사법부와의 엇박자 영향이 크다. 또 두텁게 보상하겠다는 정부의 말과 달리,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한달 임대료 수준의 손실보상금만 받은 경우가 허다했다. 손실보상 신청 때마다 반복되는 사이트 오류 역시 분노를 샀다. 이러한 삐그덕의 연속은 정부 방역 정책과 손실보상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에토스와 로고스 모두 먹히지 않는다면 남은 답은 ‘파토스’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3가지 요소 중 파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로고스와 에토스 모두 함께 가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건 감정이다. 더는 거리두기를 감당할 수 없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서는 파토스적 접근이 필요하다. 계속되는 거리두기에 한계 상황에 몰려있는 자영업자를 위로하고, 고통을 덜 수 있는 온전한 손실 보상과 사과가 필요하다.

특히 아쉬운 건 소통의 과정에서 방역 정책의 수장, 대통령은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대통령은 어디서 뭘 하느냐”였다. 1940년 5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총리는 항복 여부를 앞두고 국왕도 의회도 모두 갈팡질팡할 때,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바 있다. 파토스로 영국 사회 구성원을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방역과 민생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대한민국에서 전면에 나선 대통령은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에 남을 연설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갈팡질팡 할 때, 해외 순방 대신 국민 앞에 정면으로 나서는 리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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