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우리마을의 겨울

입력 2022-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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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수원시 분당선 역 근처에 ‘우리마을’이라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이 있다. 이 건물 옥상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옥상정원 그 아래 네 개 층에는 다소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마음 아픈 이들이 정신과 병원을 퇴원하여, 이곳에서 몇 달간 머물며 자립 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옥상정원 난간 쪽에는 화분에 심어진 인동초가 펜스에 줄기를 감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올라가 보니 유독 이 화분에만 누런 물이 가득 고여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누군가 오줌을 눈 것이었다. 그동안 물주고 약도 치면서 애써 키웠는데 말이다. 나중에 오줌을 눈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보니 우리마을에 입소한 재영(가명) 씨였다. 그는 한 달 전에 입소한 50대 남자로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이다. 재영 씨는 추운 날씨에도 옥상정원 벤치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만학도이다. 그는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위축되어 있다. 옥상에서 단어 공부를 하다가 화장실로 내려가기 귀찮아서 화초에 소변을 보았다고 한다. 어쨌든 앞으로는 화분에 소변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된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독특한 판단을 할 때가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증상 때문에 상황 판단에 대한 섬세함이 무뎌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오랜 병원 생활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사회기술이 미숙해서이기도 하다. 또한 그가 경험한 고난의 트라우마 때문에 특정한 것에 과민반응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상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면 그 행동에 대하여 조금은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면 ‘거부감’이 생겨난다. 거부는 더 큰 올가미로 이들을 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이해해 보려는 마음과 이들을 향한 시선의 여유, 그것이 이들을 치유로 이끌 수 있다. 사회에서 함께 살지 못해서 생긴 장애는 사회에서 함께 어울림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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