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980억 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 씨(45)가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효신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이 씨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의자와 변호인 출석 없이 서면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이던 이 씨는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3월께부터 그해 말까지 회사법인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총 8차례에 걸쳐 회삿돈 1980억 원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 원의 96.7%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100억 원은 50억 원씩 두 번에 나눠 다시 법인계좌로 돌려놨기 때문에 피해 액수는 회사가 공시한 1880억 원으로 유지됐다.
이 씨는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금괴와 부동산 등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횡령금 중 1430억 원을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 주를 샀다가 336만여 주를 1112억 원에 되팔았다. 이렇게 1112억 원을 챙긴 이 씨는 680억여 원으로 1kg 금괴 851개를 매입하고 차명으로 약 75억 원 상당의 부동산 및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670억 원 정도의 횡령액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사들인 금괴 중 340억 원 정도에 이르는 금괴 497개를 찾아 압수했지만, 나머지 354개(280억여 원)는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 씨가 처분한 나머지 동진쎄미켐 주식 55만 주의 매도금 등 252억 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동결 조처했다. 또 횡령금 중 75억 원으로 부동산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차명 매입한 것으로 확인하고 임의 처분을 막을 기소 전 몰수ㆍ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 수법으로 미뤄볼 때 우발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준비했을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또한, 횡령액이 188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공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씨는 회사의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공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씨 밑에서 근무했던 재무팀 직원 두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6일 최규옥 오스템 회장과 엄태관 대표를 횡령ㆍ자본시장법(시세조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하기로 했다. 서울청은 이르면 다음 주 초 배당 사건을 접수한 뒤 직접 수사하거나 관할 경찰서로 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