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목표달성률 68%…사모펀드 전수조사 처음부터 무리

입력 2022-01-04 16:13 수정 2022-01-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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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운용 뿐 아니라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런 부분을 모두 점검하는 계획에 대해 금감원과 협의 중”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2023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 내고 있다” (2020년 6월,10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2020년 7월 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를 개최해 총 3년간 모든 사모운용사를 검사하겠다는 계획을 결정했다. 이후 20일 한시조직으로 전문사모운용사 전담 검사단이 꾸려졌다. 금감원 자체인력 20명과 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파견인력 10명을 합해 30명 규모로 구성됐다.

제한된 시간과 인원으로 전수조사는 첫 단추부터 무리한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말던지기 속에 ‘반쪽짜리’ 수사가 시작됐다. 금융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까지 연이어 터진 가운데,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3년 안에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감독원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전수조사 달성 실패 건은 성난 금융소비자를 달래기에 급급해 현장 상황 파악에 미흡했던 금융위원회와 현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맹목적으로 계획을 따른 데 따른 결과임이 드러났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보고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회의에서 3년 안에 하겠다고 말해서 금감원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맞춰서 하려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부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토목공사식의 사모펀드 전수조사 발표에 금감원이 끌려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현장 조사를 실행해야 하는 금감원은 금융위 법령을 기반으로 둔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위 정책 방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성급한 주먹구구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와 소통이 잘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수 검사하겠다는 정책 판단은 금융위원장이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내부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정책 방향이 정해진 것이니까 그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 많은 회사를 전수검사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좀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모펀드 시장의 산업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심할 때라서 비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2020년 7월 6일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는 발 뺀 전수조사’라는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를 비판했다. 사모펀드 진입 규제 완화 등으로 문제의 소지를 제공한 금융위가 책임을 금감원으로 떠넘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 노조 측은 “시간을 정해놓고 검사하라고 하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당시 성명서를 내고 나서 금융위의 반응이 없었냐’는 질문에 “당시 성명서를 냈을 때, 금융위에서 간접적으로 기분 나빠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체계상 금융감독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다소 모호한 측면도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은 ‘2020년 사모펀드 사태 교훈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향’ 논문에서 “법적으로 살펴보면 금융감독 실패의 최종적 책임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그 사무처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실패의 실질적 책임은 금융감독원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법에 따라 금융감독 기능을 민간조직인 금감원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 점에서 금융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은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실제 그래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가 금융위에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을 요청했을 때,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 세부 계획서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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