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아이들이 안쓰러워요

입력 2021-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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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아이가 엄마 무릎 위에 앉아 진찰을 받으며 무섭다고 웁니다. 그럼에도 목 상태를 보려고 ‘아’ 하라고 하면 스스로 마스크를 내리고 ‘아’ 하며 입을 벌리고는 진료가 끝난 것을 확인하자 지체 없이 마스크를 올립니다. 어느새 아이도 마스크를 쓰는 게 습관이 됐나 봅니다. 태어난 지 한두 달밖에 안 되는 신생아가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노라면 앙증맞기까지 합니다. 그러곤 이내 맘 한쪽 모퉁이가 안쓰러워집니다. 올 한 해 진료실 풍경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어느 날 시내를 걷다 울타리 너머 초등학교 운동장을 보게 됐지요. 근데 운동장 여기저기에 풀이 자라고 있지 않겠어요? 2년째 학교엘 제대로 못 가고 있는 우리 병원 간호사의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역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나겠지요? 그러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제가 마스크를 쓰게 된 것은 코로나 이전입니다. 미세먼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부터이니 꽤 오래된 셈이지요. 마스크는 쉽게 벗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코로나와 미세먼지가 사라지면 다 괜찮은 걸까요? 글쎄요. 이산화탄소와 폐플라스틱은 어쩌고요? 혹시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을 써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우리나라 출생률이 세계 최저라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고 하는데 의료계는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수련병원에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것처럼 소아청소년과를 하겠다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분만병원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머잖아 얼마 안 되는 아이들조차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뿐인가요? 이대로 가다가는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고, 국민연금은 고갈되고,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하지요? 아픈 어린이들을 진료하면서 지금까지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빨리 치료해 줘야지 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 장차 이 아이가 커서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안쓰러운 겁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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