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공범의 인터넷 전화를 '010'으로 바꿔준 장비 관리자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로도 처벌받게 됐다. 대법원은 공범과 다른 사람의 통신을 매개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판결을 재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불특정 다수의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할 때 실제 발신한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경해 정상적인 전화로 가장하는 통신 장비를 국내에 설치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와 공모한 성명 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을 사칭하고 협박해 6870만 원을 편취했다.
1심은 “기술적인 수단을 동원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쉽게 하는 방법으로 가담했고 범행 사전 차단을 더욱 어렵게 하는 수단에 동원돼 장치를 설치,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 씨와 관계에서 ‘타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중 타인통신 매개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직원과 A 씨가 공동정범 관계에 있어 ‘타인’이 아니라는 취지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지 못 하게 한다.
2심은 이들의 관계를 ‘타인’으로 볼 수 없어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영위’ 부분도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을 유죄로 인정한 판단을 유지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범이어도 이러한 행위가 금지된다는 올해 7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