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운용 투명성 높이려 신탁…정작 수십억 잇속 '금감원 뒷짐만'
"이자수익 사용자에게 더 큰 혜택으로 보답?"…정확한 수치 미공개
2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대표적인 전금업자 카카오페이는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에 3495억1000만 원을 신탁했다. 신탁에 대한 금리는 연 0.5~0.6%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이자를 계산하면 카카오페이가 소비자의 돈을 은행에 넣어 벌어들인 이자는 17억4755만~20억9706만 원이다. 같은 달 기준 네이버파이낸셜은 신한은행에 특정금전신탁으로 소비자의 선불충전금 792억9796만 원을 맡겼다. 전금업자와 신탁 계약을 체결한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매일 입출금이 가능한 기업 신탁의 9월 평균 금리는 0.5%”라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탁에 대한 금리를 밝히지 않아 평균 금리(0.5%)를 적용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1년에 3억9648만 원 규모의 이자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금업자가 소비자의 돈을 은행에 맡기는 이유는 금감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전금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불업자는 소비자가 충전한 선불충전금과 업체의 고유재산을 구분하고, 선불충전금을 외부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애초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전금업자의 자금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건전한 전자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규제의 헛점이 드러나면서 애먼 소비자의 돈으로 기업의 배만 부르고 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55개 전금업자 중 소비자의 충전금을 외부기관에 신탁한 전금업자는 코나아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해 11개다. 당시 기준 이들의 선불충전금은 1조333억 원이다. 11개 사 중 간편 송금을 업으로 하는 전금업자는 6개다. 간편 송금을 업으로 하는 경우 선불충전금의 90%, 간편 송금을 업으로 하지 않는 경우는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을 신탁 또는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11개의 전금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면 8810억5800만 원이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됐으며, 평균 신탁 금리를 적용하면 이들은 1년에 44억529만 원을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당 이자를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충전한 금액과 기간에 비례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예금 수취로,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업 등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자만 가능하다. 전금업자는 이 같은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았기에 고객에게 충전금에 대한 이자를 줄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누가 (소비자에게) 거기다(특정 전금업자에 돈을) 넣으라고 강제한 사람이 없다”며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현재 전금업자의 신탁에 따른 이자 규모를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모바일 기술 발달로 선불충전 시장이 커지면서 전금업자의 이자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 2014년 7800억 원이었던 선불충전금 잔액은 올해 3월 2조400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소비자에게 이자가 아닌 혜택 등 다른 방법으로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해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결제 시 제공하는 알 리워드를 비롯, 여러 서비스마다 이벤트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풍부한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 역시 “이자 수익은 사용자에게 더 큰 혜택(네이버포인트 등)으로 돌려드리고 있다”면서도 이자 수익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송 의원은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자 수입은 낙전 수입처럼 기업의 부가 수입에 해당하는데도 이용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며 “기업의 관행처럼 선불충전금 이자가 기업의 사금고같이 이용되고 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