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2.1% 돌파 3년2개월 최고 기준금리 2%(다섯 번 인상분) 반영
미국·호주 금리 상승+30년물 옵션 매물 부담+외인 10선 대량매도+기관 손절
기재부·한은 적극적 안정화조치 전까진 심리 되돌리기 어려울 듯
채권시장이 패닉장을 넘어 망했다는 분위기다. 국고채 5년물 이상 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초기인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8bp 가량 폭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1%를 돌파해 3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0.75%)와의 격차는 135bp를 넘어 11년1개월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이는 한은 기준금리 2.0%, 즉 현 수준 대비 다섯 번의 금리인상 분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 우려가 지속되면서 밤사이 미국채 금리가 올랐고, 장중 호주 금리도 급상승했다. 기획재정부가 8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국고채 30년물 모집방식 인수물량도 매물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도 10년 국채선물시장에서 1만계약 넘게 순매도하며 매물폭탄을 쏟아냈다. 월말을 맞아 로스컷에 걸린 기관들도 손절로 물량을 던졌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패닉, 마비, 망했다는 말들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수급도 수급이지만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고 봤다. 시장예측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대외환경이 변하거나 기재부와 한은이 적극적으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서지 않는 한 현 분위기를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국고5년물은 12.8bp 급등한 2.405%로 2018년 6월20일(2.411%) 이후, 국고10년물은 17.8bp 폭등한 2.575%로 2018년 8월3일(2.580%)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30년물과 50년물도 12.0bp씩 상승해 각각 2.493%를 보였다. 각각 2018년 8월8일(2.519%), 2018년 7월3일(2.509%) 이후 최고치였다. 5년물부터 50년물은 각각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 3월(5년물 19일 17.8bp, 10년물 13일 18.3bp, 30년물 23일 12.3bp, 50년물 23일 12.4b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국고10년 물가채는 5.0bp 상승한 1.07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6월9일(1.109%) 이후 최고치다.
한은 기준금리와 국고채간 금리차를 보면 3년물과는 135.3bp로 2010년 9월8일(136bp)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10년물과는 182.5bp로 2011년 3월9일(188bp)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9.2bp 벌어진 47.2bp를 보였다. 전날엔 38.0bp까지 좁혀져 작년 3월12일(32.5bp)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30-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전날 2.4bp에서 8.2bp로 확대됐다. 9월23일(-1.0bp) 첫 역전 이후 한달 넘게 역전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12.8bp 급등한 150.5bp를 보였다. 이는 7일(151.2bp)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결제는 33만7873계약을, 거래량은 15만2408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258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45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은행은 3170계약을 순매도해 사흘째 매도에 나섰다. 반면, 금융투자는 4647계약을, 외국인은 337계약을 순매수해 각각 이틀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160틱(원빅60틱) 폭락한 120.90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6월26일(120.7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엔 120.70까지 떨어져 역시 2018년 6월27일(120.69)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장중 고점은 122.22를 나타냈다. 장중변동폭은 152틱에 달했다. 전장엔 168틱을 기록해 1년7개월만에 최대치를 보이기도 했었다.
미결제는 13만5675계약을 나타냈다. 거래량은 8만9693계약이다. 원월물 미결제 30계약과 거래량 4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66회였다. 이는 지난다 29일(0.73회) 이후 최대치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은 1만1478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는 작년 8월28일 1만1802계약 순매도 이후 1년2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도 기록이다. 외인의 10선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는 2만7261계약으로 4월13일(2만6054계약) 이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금융투자는 4433계약을 순매수해 5거래일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는 14일 5870계약 순매수 이후 일별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은행도 3253계약을 순매수해 사흘째 매수했다. 이는 4월22일 3970계약 이후 일별 최대 순매수다. 투신도 2192계약을 순매수해 사흘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저평 25틱을, 10선은 저평 36틱을 각각 기록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는 금융투자에서 200계약을 보였다.
그는 또 “악화된 시장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단순히 수급에 의해 조절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 개입 영향을 일부 심리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글로벌 금리 상승폭이 워낙 커 쉽게 시장 분위기를 돌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 대책에 때리고 기다리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30년물 모집 물량이 나오면서 부담감에 조금씩 밀리다가 외국인 10선 매도까지 가세하면서 30-10년물 금리 역전폭이 커지며 주구장창 밀렸다. 10선이 특히 그랬다. 딱히 다른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11월 국고채 발행계획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눈치도 아니다. 더군다나 월말과 맞물려 단기물까지 계속 팔자가 나오다보니 피할 곳이 없어 폭락장을 연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시장 예측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딜러는 “호주 금리 급등과 외국인 대량 매도세가 나왔다. 국내 수요기반이 실종된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했다. 30년물 입찰도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기관 매수가 살아날 가능성이 낮다. 투자심리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기술적 반등이 있을수 있으나, 한은과 기재부의 시장개입의지 변화 혹은 대외환경 변화가 없다면 추세 변화는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시장이 마비가 된 것 같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한 마디로 망했다”며 “기관들도 로스컷 한도 걸려서 손절매가 많았던 것 같다. 국고채 금리가 너무 폭등해 은행채와 여전채 발행도 안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시장 충격없이 서서히 올라줘야 하는데 한달 이상 매일 금리가 오르다보니 어느 투자자가 채권을 편입할까 싶다. 다음주도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당장 기준금리 2%까지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도 시장금리 급변동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즉시 하겠다고 했는데, 시스템이 붕괴됐는데도 방치하는 모양새다. 시장불만도 많고 앞으로 소통이 잘 될까 걱정스럽다. 앞으로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