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본능적 충동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보았다.” (브라운스톤, 『부의 인문학』(2019))
케인스의 말은 지금 시장을 두고 한 말일까. 예측할 수 없는 짧은 순환매가 반복되고 있다. 코스피 3000선을 회복하면 좋아질 것 같았던 시장은 여전히 카오스다.
30대 주식 투자자 A씨는 “요새 주식으로 돈 벌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계속 마이너스다”고 말했다. ‘7만 전자’만 되면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한 투자자들은 걱정스럽다.
◇예측 불가한 시장 = 코스피는 2900선의 지지력을 확인하고 지난 15일부터 3000선으로 반등했다. 지수가 저점을 찍고 나서는 대형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7만 전자’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도 9만 원 후반대에 거래되면서 ‘10만닉스’를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지수는 상승했지만, 업종별로 짧은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월 넷째 주부터 주간 국내 증시 수익률 상위 업종을 보면, 특정 업종으로 쏠림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업종도 매주 다르다.
9월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금속 등 원자재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증시가 저점을 찍은 이후부터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과 콘서트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터주가 강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는 5.88% 올랐다.
이 온기는 현재 게임, 웹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KRX 게임 K-뉴딜지수와 KRX 인터넷 K-뉴딜지수는 각각 5.96%, 3.50%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0.59%), 코스닥(+1.18%) 수익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있는 지수 자체보다 가시적인 호재가 있는 테마를 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순환매 국면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상승 종목을 담는 것이 부담이다. 순환매 특성상 업종별 유효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한 순환매 장세에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 호재에도 개인의 유동성 유입은 제한된 모습이다. 고객예탁금은 60조 원 중후반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높은 유가와 금리 상승은 개인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한다.
◇주가 눌림목 전략 ‘기회’ 될까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말처럼 국내 주식시장의 끝이 다가온 것일까. 개미들은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의 실적은 주가를 움직이는 중요 변수지만, 중국 전력난과 고유가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순환매 장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최근 시장이 순환매 국면으로 접어든 이유는 3분기 실적이 주가 동력(모멘텀)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증가율 예상치는 +30%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19%, +83%를 보인 것에 비해 높지 않았다.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가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 상사, 철강, 해운, 비철금속 정도로 극소수다.
대형주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도 없다는 것이 이번 3분기 실적 시즌의 특징이다. 이미 발표된 삼성전자는 예상치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포스코는 +10% 정도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향후 예상되는 대형주의 어닝 서프라이즈 후보군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이익 성장률 싸이클이 성숙기로 진입함에 따라 수급 역시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흐르는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중소형주에 대한 수급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나금융투자 연구 결과, ‘주가 눌림목 전략’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주가 눌림목 전략이란 상승하고 있는 종목군의 단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을 말한다.
지금처럼 코스피 이익증가율이 낮아지는 장세에서는 주가 눌림목 전략의 성과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가 주가 눌림목 전략으로 성과를 얻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최근 1개월간은 조정 국면에 들어서 손실을 본 종목을 선별했다. 그중 내년 이익 증가율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골라냈다. 그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 KCC, 하나투어, 상아프론테크, 오스템임플란트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