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대형 IT 기업) 규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벤처ㆍ스타트업 기업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된다.
1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벤처ㆍ스타트업 기업은 카카오를 시작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이제 막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플랫폼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부터 시작한 플랫폼 ‘공룡’이 속속 등장하는 미국 등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플랫폼 산업은 이제 겨우 어린이 수준”이라며 “한국 땅에서 시작한 플랫폼 기업 중 규제가 필요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우려스럽다”며 “아직 논의 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온플법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적용 대상이 광범위할 것 같아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며 “국내법의 경우 매출이 100억 원만 넘어도 법안이 적용되는데 공정위는 30개 이상이라고 하지만 최대 100곳까지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최 대표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글로벌 사업자와 같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형성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저하하는 등 구체적 피해가 있을 때 필요하다”며 “온플법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보단 후발 스타트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런 부분이 크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도 “플랫폼 기업이 없으면 국내 경제의 혁신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우려된다”며 “대기업의 성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플랫폼 관련 규제에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규제를 하기 전에 큰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맡았던 ‘육성자’로서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단 염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던 카카오지만 M&A 등이 제한받을 경우 생태계에 활력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시리즈B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카카오벤처스뿐만 아니라 카카오 공동체 전반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던 것으로 안다”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IT 플랫폼이 회사를 발굴하고 가치를 알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도 “카카오도 대기업 집단으로써 M&A 관련 규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다양한 서비스를 해서 규제한다기보단 개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이 있는지, 있다고 해도 그게 서비스 수행을 저해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