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갈등'에 극단 선택한 택배대리점주…"강성노조 수술해야"

입력 2021-09-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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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원망 담긴 유서엔 "지옥 같았다"
택배대리점연합회, 장례 후 경찰 고소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택배 배송 기사로 시작해 대리점까지 운영하게 된 성실한 일꾼이었는데 노조와의 갈등으로 세상을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김포 택배대리점 점주 A 씨의 분향소가 1일 김포의 한 택배 터미널에 마련됐다.

400여 개에 달하는 근조 화환에는 ‘억울해서 못 보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등의 추모 문구가 적힌 띠가 걸려 있었다. A 씨의 동료들은 그가 노조 때문에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 연합회에 따르면 A 씨는 과거 택배업체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의 택배 배송 기사로 택배업을 시작했다. 성실함을 인정받은 A 씨는 회사 측의 제안으로 김포시 장기동에 택배대리점을 차리고 운영을 맡았다.

처음에는 소규모 대리점이었지만 김포지역에 신도시가 여럿 들어서며 배송물량이 늘어 규모가 점차 커져 직원도 18명까지 늘었다.

갈등의 시작은 4월 말부터 일부 택배기사들이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9.5%로 0.5%포인트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A 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택배기사들은 지난 5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하고 일부 택배 물량의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배송 지연 사례가 늘자 A 씨는 직접 배송 업무를 맡기도 했다. A씨의 대리점에서는 택배기사 당 일평균 3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하는데, A 씨는 노조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택배 100~150여 개를 배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노조의 압박은 더 커졌다.

압박에 시달리던 A 씨는 지난달 30일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택배대리점을 운영함 40대 A씨가 남긴 유서 (연합뉴스)
▲택배대리점을 운영함 40대 A씨가 남긴 유서 (연합뉴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애초 노조원들은 별도 택배대리점을 차려 독립하길 원했다. 그러나 A 씨는 실적 등 입찰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때 이들이 낙찰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본인이 입찰에 참여해 후일을 계획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을을 갈등'이 불러온 비극적 상황에 대선주자들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0대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가 부인과 어린 자식들을 남겨놓고 떠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며 "가족들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역시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래도 강성노조 수술에 반대하실 것이냐. 이제는 선진국 시대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 노조는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전국택배노조는 관계자는 “지금은 상중인 관계로 노조원들의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며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기자회견 등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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