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 확대 정책도 힘 못 받아
산업구조 재편ㆍ비대면 전환 등
경력 기반 재취업 사실상 어려워
30·40대 취업 잔혹사의 출발은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1997년 6월(이하 동일) 66.8%였던 20대 후반(25~29세) 고용률은 외환위기 충격이 본격화한 이듬해 63.5%로 급락했다. 1년 뒤에는 62.7%로 더 떨어졌다.
20대 후반 고용률은 2002년(68.3%)이 돼서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 20대 후반(이하 외환위기 세대)이 30대에 진입한 뒤이다. 외환위기 세대의 상당수는 30대가 돼서도 취업난에 시달렸다. 오랜 구직활동으로 경력 관리에 실패한 데다, 신규채용 시장에선 20대에 밀렸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규직에서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얻든가, 언제 취업할 것이란 기약 없이 구직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그 결과로 20대 후반 고용률이 회복된 2002년 30대 고용률은 73.9%로 1997년(75.7%)에 못 미쳤다.
외환위기 세대의 취업난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에도 반복됐다. 2008년 73.9%였던 30대 고용률은 이듬해 71.9%로 급락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진 5년이 걸렸다. 이 기간 20대 후반(이하 금융위기 세대)도 외환위기 세대의 전철을 밟게 됐다. 20대 후반 고용률은 2008년 69.0%에서 2009년 68.7%로 소폭 내리는 데 그쳤으나, 여기에는 착시효과가 반영돼 있다. 이 기간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403만8000명에서 388만8000명으로 15만 명 줄었는데, 직업 대분류별로 판매종사자와 단순노무종사자는 각각 1만8000명, 2만5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중 판매·단순노무종사자 비중도 각각 13.0%로 1.0%P, 7.0%로 0.9%P 확대됐다. 2009년 청년 취업자 상당수가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에 대체 취업했던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며 “그 결과로 고용률 하락이나 실업률 상승은 감춰졌지만, 근본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급한 불만 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를 계기로 30·40대가 된 외환·금융위기 세대의 고통이 되풀이되고 있다.
20대 후반 고용률은 2019년 68.4%에서 지난해 66.5%로 하락했으나, 올해 70.3%로 회복됐다. 수출 호조로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신규채용 일자리가 늘어난 덕이다. 여기에는 재정 일자리 효과도 반영됐지만, 제조업과 더불어 청년층의 주된 취업처인 숙박·음식점업 회복이 더딘 점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청년층 고용여건은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외환위기 세대인 40대와 금융위기 세대인 30대의 고용여건은 제자리걸음이다.
30대 고용률은 2019년 76.5%에서 지난해 75.4%로, 40대는 78.5%에서 76.9%로 하락했다. 올해에도 각각 75.4%, 77.7%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조차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이 반영된 수치로, 실제 30·40대 고용여건은 지난해보다 나을 게 없다.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확충, 한시적 재정 일자리 확대 등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30·40대 재취업 지원은 다른 연령대보다 까다롭다. 코로나19 위기로 사라진 일자리가 가구주 소득원일 가능성이 큰데, 코로나19 이후 기존 일자리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은 작아서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바이오·미래차 중심의 주력산업 재편, 비대면·플랫폼 중심의 고용구조 변화 등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 변화가 있다. 전반적으로 기존 주력산업·고용구조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과거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고용 충격이 분명히 있지만, 그와 별개로 경제·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력 노동계층인 30·40대가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건 일반적인 고용위기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