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가 쏜 코인 투기판] 상폐 놓고 '투자생태계 붕괴'…물고 물리는 '작전'

입력 2021-07-07 05:00 수정 2021-07-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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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손실 위험에도 ‘단타’ 몰려
거래소들 알트코인 정리 한창
투자자 자정능력 생길지 의문

#30대 직장인 강한국(가명) 씨는 3월부터 시작한 코인 투자에 대해 “강원랜드에 다녀온 기분을 간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24시간 열려 있는 변동성이 큰 시장, 상한·하한이 없는 조건들이라 쉴 새 없이 코인 단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 씨를 멈춰 세운 건 코인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였다. 상장폐지가 공지되기 전 ‘픽셀(PXL)’ 코인을 샀던 강 씨는 상장폐지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80%’를 기록한 후 손을 털었다.

강 씨는 막대한 손해를 입힌 코인 상장폐지와 관련해 화가 나기보단 ‘재수가 없었다’고 받아들였다. 강 씨에게 코인은 일종의 도박판이다. 상장폐지는 운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이벤트로 인식한다. 불확실한 이벤트를 감내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대감이 뒤따랐다.

강 씨는 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도 법도 없는 상황에서 빈틈을 파고들어 돈을 번 건데 그렇게 번 돈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애초 그런 세력들이 만드는 불장에 껴들어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많을 거라 장담한다”고 말했다.

업비트·빗썸은 여전히 문전성시다. 글로벌 가상자산(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기준 업비트의 거래량은 4조9839억9537만 원을 기록, 전일 대비 8.03% 늘었다. 빗썸 또한 1조1211억9368만 원이 거래되며 전일 대비 3.86% 불었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이진성(가명) 씨는 상장폐지 타이밍을 노려 큰 수익을 봤다. 이 씨에게 상장폐지는 ‘호재’였던 셈이다. 지난달 11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총 25종의 코인을 상장폐지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씨는 이때를 기회로 삼았다. 상장폐지 발표 후 보통 일주일간 유예기간을 준다. 간혹 이 사이 코인 가격이 솟구치는 ‘상폐빔’이 이어진다. 상폐빔은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을 말한다. 상장폐지 예정인 코인은 앞으로 거래를 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가치가 없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려 부당 이익을 얻으려는 소위 ‘작전 세력’들이 코인 시장을 투기판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이 씨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관계사로 오해받은 상장폐지 코인 ‘람다(LAMB)’에 투자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수익에 대한 기대심리를 이용했다. 이 씨는 “30~40%로 생각했던 수익 박스권에 들어오면 그거만 챙기고 나가자고 생각했다”며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 분할 매수를 했고, 생각보다 많은 50%의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코인 시장이 이런 도박성에 승복을 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문제 제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못 먹는 게 멍청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람다’가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에서 발행한 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알트코인이었다.

9월 특금법 신고 기한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속속 알트코인 정리에 나서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을 원하는 코인 투자자들의 특성상 자정능력이 생성될지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다. 이더리움 등 우량코인에 주로 투자한다는 30대 서상득(가명) 씨는 “상폐빔을 맞은 코인은 개미들이 달라붙으라고 하루에 300%씩 올라가기도 한다”며 “그 맛을 본 사람들이 건전한 코인에 매력을 느낄까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 금융당국도 가상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졌다. 바젤위원회는 지난달 초순 가상자산 위험가중치를 1250%로 평가했다. 주식의 5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익명성이 높은 가상자산은 범죄 이용에 최적이다. 최근 미국 IT 공급망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카세야에 랜섬웨어 공격을 가했던 해커들은 몸값으로 7000만 달러(약 79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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