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복(伏)달임

입력 2021-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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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코로나로 어수선하지만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 장마에, 더위에 사람을 지치게 하는 여름철로 접어들었다. 이때쯤 외래를 찾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에어컨이나 식중독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리고 양념처럼 빠지지 않는 질문이 “축축 처지고 어지러운데 뭘 먹으면 좋으냐”다. 지금이야 코로나로 그럴 수 없지만 복날이 되면 TV에서 삼계탕집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농사에는 휴일이 없다. 이른 봄부터 시작해 삼복더위가 올 때까지 농사에 매달렸다. 먹는 것도 극히 부실했다. 부지깽이조차 따라나설 만큼 바쁜 농번기를 지나 한여름이 되면 일군들은 볼이 홀쭉하고 허리춤이 헐렁헐렁해진다. 이럴 때 딱 맞는 표현이 ‘진이 빠졌다’다. 진이 다 빠진 상태로 가을걷이에 나설 수 있을까. 보신을 해야 한다. 보신탕, 삼계탕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었다. 이웃들과 천렵을 가서 그런 음식들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진정한 복달임이다.

요즘에도 봄부터 여름까지 일을 하도 많이 해 옛날 농부들처럼 허리춤이 헐렁헐렁해진 사람이 있을까. 복날 삼계탕 매출이 평소에 비해 150% 이상 증가한다는데, 그걸 먹어야 하는 사람은 일꾼이지 주인마님이 아니다. 우리는 일꾼이 아니라 주인마님처럼 덜 움직이고 더 많이 먹고 있다. 풍요와 과잉의 21세기, 30대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고 20%가 당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다만 배부른 영양결핍은 있을 수 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과잉이고 비타민, 미네랄, 칼슘은 부족하다. 더위에 지쳤다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로,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약해진 경우엔 유제품으로 칼슘 보충 정도는 필요하다.

뭘 먹는다고 힘이 나진 않는다. 운동이 답이다. 저녁에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면, 열대야도 모르고 힘도 좋아진다. 이런 게 풍요와 과잉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복달임이 아닐까 싶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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