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정치적으로만 보지 말자

입력 2009-01-07 08:35 수정 2009-01-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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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특성중 하나가 자신의 고향과 연관된 정치성이다.

이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의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국민들의 지역감정을 찢어 놓기가 일쑤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모든 일을 정치 논리로 풀어나가는데 있다. 같은 정책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세력이 주도하면 무조건 찬성이요, 싫어하는 정치세력이 추진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반대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SOC사업이 본격화 되는 가운데 대형 토목사업이 그중 대표적인 것이다.

유사 이래 대형 토목사업은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사업이 돼 왔다.

중국의 경우 진시황제는 외침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다가 겨우 이룬 첫 중국 통일의 위업을 상실했고, 뒤이어 수나라의 양제 역시 대운하 사업을 벌이다 민심을 잃고, 목숨까지 잃은 불행한 사례가 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도 대원군이 벌인 경복궁 재건사업이 국가 재정 파탄을 부른 바 있다.

이런 사례가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대형 토목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어느때 보다 차가운 느낌이다.

6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보는 시각이 그랬고, 90년대에는 경부고속철도건설 건설을 놓고 말이 많았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느니 냉정하고 신중해서 나쁠 것이야 없다지만 문제는 88년 이후 선거에 지역감정이 개입하면 정치 논리가 정책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고, 지금도 추진한다는 의혹이 가득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대운하를 만들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고, 이 대통령 역시 자신이 대선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사업이라 마치 오기를 부리듯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대운하를 무산시킨 바 있는 환경단체, 시민단체의 반응도 지나치게 편향적이지는 않는지 의문이 간다. 환경 단체나 시민단체나 '물' 이야기만 나와도 대운하로 몰아부치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한다. 4대 강 정비사업이 그렇고 최근의 경인운하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논리는 환경파괴다. 환경영향평가가 미흡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같은 연구기관의 경제성 평가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이들 논리의 바탕이다.

얼마나 환경을 우려했으면 이런 걱정을 하겠냐만은 논리의 모순성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시민단체는 KDI의 경제성 분석이 전 정권과 다르다는 이유로 믿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정부에서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어떻게 믿을까? 결국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한 평가라 믿지 못하겠노라고 반대하면 그만이다.

대형토목사업이란 양면의 칼이다. 만리장성은 진나라 이후 중국이 북쪽 이민족 방비에 전선으로 너무나 효율적으로 이용해왔으며, 대운하 역시 교통이 불편하던 중국을 하나로 묶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개발'이란 환경 파괴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천성산의 도룡농이 중요하다면 기차를 타고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환경문제에다 경제위기가 함께 겹쳐있다. 물론 이런 대형 토목사업이 IT시대인 현재, 금융위기 극복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냐는 비관도 있다. 하지만 일반 해볼 만한 사업도 있다. 한반도 대운하야 한 정치인의 순간 판단이었다면 그래도 경인 운하는 근 10년 세월 동안 고민해 봤던 일이 아닌가.

현재 청라지구라 불리우는 인천의 한 공유수면 매립지를 보자. 이 땅의 활용을 놓고 한 시민단체는 농지로 활용할 것을 적극 홍보했다. 당초에 농지로 만들기 위해 조성된 땅이며, 주변 농민들을 위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땅의 가치와 오히려 개발을 원한 '주민'들의 반대로 이땅은 결국 청라지구라는 경제 자유구역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그것도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개발의 반대는 보존이다. 원시 그대로 놔두는 게 보존이면 지금의 한강은 있을 수도 없고, 산을 파헤쳐 공원을 만드는 것도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서지만 이 역시 파괴는 파괴다. 불과 3.8km의 물길을 파헤치며 2조2500억원을 쓰는 것이 얼마나 경제를 파탄으로 몰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국토를 아름답게 보존해 후손에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면 쾌적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다.

환경 파괴는 당연하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파헤치는데 환경 파괴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환경파괴의 범위부터 먼저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전까지 은어가 살던 강을 정비하니 메기가 살게 되는 것도 엄연한 환경 파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파괴니, 환경재앙이니 하는 말은 무수히 들리지만 환경재앙이 어떤 상태인지, 그러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더이상 정치논리만으로 개발사업에 접근하지 말자. 도롱뇽을 구하려던 한 스님의 분투로 인해 얻은 것은 공사지연에 따른 국고 낭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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