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순제작비가 약 22억 원에 불과한 독립영화라는 것이다. '미나리'의 제작비는 2019년 기준 한국 상업 영화의 평균 순제작비(76.5억 원)의 반도 안 된다.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작비는 약 150억 원이었다.
'미나리'는 한국 영화로 분류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 제작사 플랜B 설립자이자 배급사 A24의 대표다. 주연배우 스티븐영과 감독도 미국인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소수 중 소수인 가난한 한국 이민자의 삶과 타국에서의 인종차별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아시아인의 감수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윤여정도 BAFTA 수상소감에서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K-콘텐츠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로써 창출된 경제 효과도 주목된다. 지난해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받은 이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두 제품를 판매하고 있는 농심의 라면 매출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의 빌보드 1위 경제효과를 1조7000억 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보다 계속된 한류 콘텐츠의 탄생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나리'는 미국 감독이 미국 제작자의 투자를 받아 만든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 실제 힘을 발휘한 것은 순자라는 인물을 통해 보이는 한국적 문화와 정서"라며 "'미나리'의 성공은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발휘하는 게 로컬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작년에 '기생충'이 수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를 토대로 이제 개별 배우들이 상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이 된 게 반갑다"며 "아카데미에서도 이제 한국의 문화가 낯선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