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ㆍ토공 통합, 지역감정 업고 정치쟁점화

입력 2008-12-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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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살포에 지역감정 자극 발언 등 복마전化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통합 논의가 지역감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천명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핵쟁사안인 주ㆍ토공 통합 문제가 최근 양 공사 본사의 혁신도시 이전 등을 둘러싸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비방전이 발생하는 등 복마전으로 변해가고 있다.

토공이 혁신도시를 이용해 정치 쟁점화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기업 선진화방안 수립 이후 정부와 여당은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해 의원 입법 형식으로 양 공사 통합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이 이른바 '이명박 개혁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강행 처리까지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토공이 야당의 힘을 빌어 입법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번 이명박 개혁법안의 주된 쟁점은 방송법과 한미FTA 인준이다. 주ㆍ토공 통합 내용을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창립 법안은 오히려 주요 논의에서 벗어나 있었고 이에 토공이 정치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양 공사 통합법 저지를 위해 야당의 아성인 전북 민심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토공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나온 당시부터 토공 본사가 이전할 전주에서 "양 공사 통합 시 통합공사는 경남혁신도시로 이전한다"고 홍보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토공이 전북 지역의 주요 핵심사업 새만금 사업의 시행자란 사실도 함께 부각되며 전북 민심이 일제히 양 공사 통합 반대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23일 전북도의회 혁신도시지원특별위원회 권창환 위원장과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인 김호서 의원은 국회와 한나라당, 민주당, 국토해양부 등을 잇달아 방문, 전북혁신도시로 이전될 14개 기관중 선도기업인 토공과 주공의 통합 법안 국회 상정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도의회는 24일에는 제255회 임시회를 열어 토ㆍ주공 통폐합에 반대하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통합법안 봉쇄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으로 밝혀 이제 주ㆍ토공 통합문제는 단순히 행정기능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변질된 상태다.

주공 역시 맞불 작전을 펴고 있어 상황은 더욱 첩첩산중으로 흐르고 있다. 주공은 토공의 혁신도시를 통한 전북 지역 민심에 나서자 곧바로 진주에 "통합공사는 진주에 들어선다"는 내용의 홍보에 나섰다.

주공 역시 경남지역이 아성인 여당의 힘을 빌기 위해 이 같은 홍보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 공사의 치열한 수싸움에 따라 혁신도시 유치에 사활을 거는 현재 양 지역에서는 흉흉한 루머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전북과 달리 다소 느긋했던 경남에서는 최근 양 공사 통합을 조건으로 통합공사 본사가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정치권 '빅딜'이 이루어졌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루머의 발원지는 다름 아닌 현역 국회의원이다.

지난 21일 진주시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김재경(진주 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양 공사 통합법안 처리가 현실화되자 민주당과 전북도가 법안 통과를 전제로 통합 본사를 전주에 유치하려고 시도하는 것에 우려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북도가 통합 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바로 이에 대한 반발이다.

이어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진주시의회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나 통합 본사가 진주에 들어와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확실시 되던 양 공사의 통합 문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이 같은 양 공사의 감정 싸움이 결국 지역감정으로까지 번지게 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만약 통합공사 본사가 경남혁신도시로 이전할 경우 호남지역에서는 '대정부 투쟁'까지 벌어질 것이며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고 해도 경남지역의 민심 이반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계에서는 자칫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도 민심 흐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다 정부가 내세운 공기업 선진화 방안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자칫 양 지역의 감정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양 공사 통합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같은 통합 논의가 걷잡을 수 없게 변질 되는 것에 대해 양 공사의 고도의 수싸움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통합을 반대해온 토공은 민심이야 어떻든 통합만 무산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통합 논의의 '복마전化'를 주도했고 보금자리주택 사업자로 선정돼 확실한 일감을 거머쥔 주공 측에서도 굳이 통합 찬성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통합 논의가 거의 확정돼가는 마당에 주공이 굳이 진주로 가서 지역감정을 들먹인 일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 공사의 수싸움에 온 나라가 들썩이게 된 꼴"이라며 "통합이 되든 안되든, 이같은 사태를 만든 양 공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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