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3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주거·고용 불안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비혼을 택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개발원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의 세대 유형을 분석한 결과다.
연령집단별로 보면 30∼34세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57.4%, 35∼39세는 50.3%로 각각 집계됐다. 40∼44세의 경우 미혼 인구의 44.1%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20∼44세) 미혼 인구를 통틀어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의 비율은 62.3%였다.
박시내 통계계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택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기는 정규학교 졸업 후 노동시장과 결혼으로 이행이 발생하는 시기이며, 부모세대로부터 자연스럽게 세대 분리가 이뤄진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청년 고용시장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혼인율이 감소하여 기혼세대인 부부 및 '부부+자녀' 가구의 비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는 42.1%가 비취업 상태로 집계됐다. 취업자 비율은 57.9%에 그쳐 경제적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꾸려가는 청년 1인 가구는 취업자 비율이 74.6%로 부모 동거 가구보다 16.7%포인트 높았다.
주거 형태별로 보면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인구 가운데는 자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70.7%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월세(14.8%), 전세(12.1%) 등 순이었다. 반면 미혼 1인 가구는 59.3%가 월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가에 거주하는 경우는 11.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 서기관은 "미혼 청년세대의 세대 유형별 주거실태를 비교한 결과, 부모동거 가구에 비해 1인 가구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다"며 "부모세대와 동거하는 미혼남녀는 자산 축적이 이뤄진 부모세대가 가구주이지만, 1인 가구는 부모로부터 분리한 세대로 청년층의 빈약한 경제 상황이 주거 상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에 대한 미혼남성과 미혼여성의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미혼남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가장 많았으며, "소득이 적어서"(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10.9%)가 뒤를 이었다.
반면, 미혼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23.4%로 가장 많았고,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로 미혼남성의 결과와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