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의 적은 공무원이다

입력 2021-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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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을 특히 힘들게 하는 건 악성 민원이다. 중앙행정기관 지방관서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온라인 민원창구 등을 건너뛰고 바로 중앙행정기관에 걸려오는 민원전화 중에는 방역조치와 무관하게 개인적 불만과 욕설·폭언, 넋두리를 동반한 악성 민원이 많다. ‘요령 없는’ 공무원들은 20~30분씩 전화통을 붙들고 있다. 그동안 고유업무 처리는 중단된다.

중앙행정기관에 민원전화가 쏟아지는 데에는 지자체나 교육기관이 ‘상급 기관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떠넘긴 이유도 있다. 그나마 민원 떠넘기기로 끝난다면 다행이다. 공무원들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많다. 국민신문고, 유선전화는 물론, 휴일 야간에 담당 공무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기도 한다. 협력 대상이란 점에서 응대도 일반 민원보다 까다롭다.

문제는 민원의 내용이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무원으로부터 제기되는 민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는 이 일을 못 하겠다’는 식의 업무 회피형이고, 다른 하나는 ‘방역지침의 세세한 내용까지 중앙행정기관에서 정해달라’는 책임 회피형이다.

더 난감한 건 후자다. 중앙정부는 방역지침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다. 지역이나 기관마다 방역 위험요소가 다르고, 현장의 상황은 현장에서 가장 잘 알아서다. 그런데 현장에선 재량을 반기지 않는다. 재량으로 결정한 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떠안는 걸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정보단 지시에 따른 업무를 선호한다. 강성 노동조합이 있는 학교가 특히 그렇다. 업무 회피형은 재정권 등을 활용해 강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책임 회피형은 대응이 어렵다. 재량을 활용하지 않는 걸 지시 불응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할거주의는 결국 중앙행정기관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책임 가중으로 이어진다.

소속이나 지위, 직렬이 다르다고 공무원으로서 요구되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달라지긴 바란다면, 그에 따른 차등과 차별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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