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둘러싼 공개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징계와 직무배제에도 자리를 지키는데 물러섬이 없었지만 이번엔 '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며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태세 전환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틀 연속 공개적으로 여당을 맹비난한 한 것은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설치를 반대했다. 이어 3일엔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하면서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애초 윤 총장이 중수청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윤 총장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입법 주체인 국회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지켜봐달라고 호소하는 등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윤 총장은 2019년 7월 취임 이후 줄곧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 출·퇴근도 대검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취재진의 간단한 질의응답은 물론 의견 표명 등을 삼갔다.
하지만 윤 총장은 전날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을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대구고검 앞에서는 여당뿐만 아니라 정부를 향해서도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더욱 강한 어조를 썼다.
법조계는 윤 총장의 발언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을 주목했다. 한때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만큼 윤 총장이 남은 4개월의 임기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낼 경우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이 도착한 대구고검 앞에는 지지자 100여 명이 모여 '윤석열'을 연호했다. 윤 총장을 지지하는 문구 등이 적힌 화환과 ‘윤석열 대통령’ 등 내용이 담긴 팻말도 눈에 띄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고검을 찾아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윤 총장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반면 검찰개혁을 외치며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당이)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법안을 내고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라며 “윤 총장은 당연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총장으로서 의견을 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추 전 장관과의 갈등 이후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윤 총장은 향후 정계 진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정치 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