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의견은 유지, 목표주가는 하향?…매수 일색 증권사 리포트

입력 2021-0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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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2-22 16:5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하면서 ‘주가 거품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증권사의 투자리포트는 달랐다. 상승장에서도 경쟁하듯이 목표주가를 높이고 ‘매수’ 리포트를 내놨다. 고른 투자의견을 유도하기 위해서 지난 2015년부터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도입됐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것에는 증권사 영업과 연관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더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이라도 매도 리포트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는 전체 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도 리포트를 발행한 증권사라도 그 비중은 평균 0.8%에 불과했다. 100개 리포트를 내놨다면 그중에 1개가 ‘매도’의견 리포트였다는 의미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가 전체 보고서의 1.3% 비중으로 높았고, 대신증권 0.9%, 케이프투자증권 0.7%, KTB투자증권 0.6%, NH투자증권 0.5% 등 순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전체 보고서 중 34.1%가 매도 의견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리포트를 내지 않는 것은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때문에 2015년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내는 투자리포트의 투자의견 비중을 공시하도록 하는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주식 추천 센터’가 아닌 전문적인 기업분석실의 역할이 필요해서다. 중립이나 매도 비중이 높은 증권사 투자보고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정효과도 기대했다.

이에 따라 2015년 1년 동안은 예년과 달리 증권사의 매도리포트 비중이 늘었다. 전체 증권사 중 36%가 매도리포트를 냈고, 매도리포트 비중 평균은 1.8%로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7.4% 리포트에 매도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바로 다음 해부터 꺾였다. 매도리포트 비중이 높다는 것이 생각보다 투자자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매도리포트를 내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여러 가지 부당한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 대기업에 대한 매도리포트를 내면 그룹사 차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이후 회사 탐방의 기회가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면서 “결국 여러 가지 문제로 애널리스트들은 ‘매도’리포트를 내는 것을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는 식으로 ‘매도’의견을 내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또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경우는 투자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중립’의견은 사실상 ‘매도’로 봐야 한다는 새로운 해석법이 생길 정도다.

실제 22일 목표주가를 내린 6개 리포트 중 투자의견도 하향 조정한 종목은 전무했다. 모두 ‘불확실성’, ‘불안한’ 등의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해당 증권사의 리테일 영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특히 대기업 그룹사에 대한 ‘매도’의견을 내면 IB 영업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우리 증권사에서 만든 금융랩(wrap)이 엄청 팔렸는데, 우리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금융주에 대한 매도의견을 제시하면 어떻게 되겠냐”며 “우리도 리서치센터의 의견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매도 의견이 나온다고 하면 고객 관리는 물론 거래 법인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권사 리포트를 유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도 리포트 비중이 높은 미국의 경우는 헤지펀드가 활성화되어 있어, 공매도를 위한 매도 리포트가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도리포트 비중이 높다고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순 없다”면서 “유료화를 통해 좀 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증권사 자체적으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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