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재 청문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등을 앞두고 기업들이 산재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유ㆍ화학업계도 산재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21일 정유ㆍ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한화토탈 등 주요 기업들은 안전 수칙을 이전보다 구체화하거나 노후 설비를 개선하는 등의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사내 환경 안전 규칙보다 세분된 '절대 준수 환경 안전 수칙'을 만들었다. 이 수칙에는 중대 사고의 핵심 원인 10가지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또 △화재ㆍ폭발 등 위험작업 시 가연성 가스 농도 측정 △질식 위험 작업 시 독성가스 및 산소 농도 측정 △작업장 비상통로 확보 등 구체적인 조치 사항도 포함돼 있다.
사내ㆍ외 전문가들과 고위험 공정ㆍ설비를 대상으로 한 긴급 안전진단, 각국 60여 개 공장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도 완료했다. 안전진단을 통해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계획 중이다.
한화토탈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안전환경 노후 설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공장 노후 설비 교체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공정 안전성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내 안전관리 역할을 하는 방재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안전 설비도 확충하고 있다. 안전경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각 현장의 안전환경진단팀을 신설했다.
현장 작업자 수에 비례해 안전담당자도 배치했다. 안전관리가 우수한 협력사에는 사후 평가를 거쳐 포상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013년 10월부터 무재해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업계 최초로 무인순찰 차량과 지능형 CCTV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공장 내 유해가스를 감지하고 화재 정보를 수집한다.
같은 해 4월에는 작업자 질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유해가스 감지시스템도 도입했다.
산재 예방을 목표로 각종 대책을 추진해 왔던 기업들 처지에서는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에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태광그룹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두 가지 사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안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산재 청문회에 출석하진 않지만, 정유ㆍ화학업계도 과거 크고 작은 산재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5월 LG화학 대산공장 촉매포장실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연구원 1명이 숨지고 공장 직원 2명이 다쳤다. 2019년 5월 충북 제천에서는 LG화학 하청업체에서 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선 2012년 8월에도 폭발 사고로 근로자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참사가 있었다.
한화토탈에서도 2019년 2월 폭발 사고로 8명이 다쳤고 같은 해 5월에는 누출 사고가 발생해 1028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같은 해 2월 태광산업 석유화학 2공장에서는 하청 근로자 1명이 누출 사고로 다쳤다.
현시점에서는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내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원ㆍ하청의 역할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 안에서 명확하게 정리하고 회사 내부 매뉴얼과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실질적인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불명확한 내용으로 기업들 군기를 잡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원청의 위상에 맞는 권한과 의무를 부과하고 하청은 하청대로 해야 할 안전 조치를 하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비용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