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돌아봐야 할 시간

입력 2008-12-15 17:1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문

요즘 주변에서 어렵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그 말을 자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도 어렵고 기업도 어렵고 가계사정도 어렵고... 어느 한 쪽 어렵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인다. 위기의 시작은 미국 부동산시장이었는데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크게 하락하고,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금리가 치솟아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빚을 내 집을 산 서민들도 대출상환 부담에 압박받고 있다.

#본문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전무 정종옥

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건설 쪽부터 도산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등, 금융의 위기가 기업의 위기로 번지며 IMF 이후 자취를 감춘 듯 했던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저 멀리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에 살고 있는 나의 삶까지 위협하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매스컴에는 안타까운 투자자의 사연이 많이 나온다. 퇴직금을 펀드에 올인했다가 반 토막 난 사연, 결혼자금을 불려볼 요량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다 잃고 연인과 헤어진 사연. 모두 안타깝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건 그들의 투자행태다.

투자라는 것은 보통 투자 시점보다 시장이 오르면 수익을, 투자 시점보다 시장이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구조다.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오를 시장이나 바닥까지 떨어져 이제 오를 일만 남은 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지금 펀드로 손해를 본 사람들 중 다수는 앞집 순이네와 뒷집 철이네가 펀드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2007년 이후, 즉 시장이 매일같이 신고가를 갱신하던 그때 난생 처음 투자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펀드를 금리 높은 정기예금 정도로 여기며 원금손실 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판매직원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수박 한 덩이 살 때도 이리 저리 크기를 비교하고 맛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투자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하지 않았다 싶다.

만일 투자 전에 위험 정도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투자를 포기하거나 처음부터 자신이 감내 가능한 손실 수준을 인지하고 그 범위 내에서 투자 비중을 조절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오늘 겪는 손실로 인한 좌절감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모든 것은 이미 벌어진 일, 안타까워 속상해할 수만은 없다. 주식에 펀드에 묻어둔 내 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경제가 살아나고 시장이 회복될 미래만 손 놓고 기다려야 할까? 갖고 있는 펀드 모두 환매해 버리고,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버릴까?

지금의 시장은 기업의 청산가치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하락했다. 오늘 문 닫고 갖고 있는 자산만 팔아도 시가 총액을 훌쩍 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의 시장은 일주일새 상하한가를 반복하는 종목이 생겨날 정도로 기업의 가치, 실적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심리, 입소문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상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어느 종목은 상한가에서 2분 만에 하한가로 내려앉기도 했다. 고점에서 매수한 사람이라면 2분 만에 -30% 가까운 손실을 껴안게 된 것이다.

밸류에이션 측면 상 저평가되었다고는 하나, 이토록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무조건 매수나 보유를 권할 수도 없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의외로 간단하다. 처음으로 돌아가 “투자의 시작”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의 성격, 지금까지의 투자 경험과 현재 갖고 있는 투자 지식, 그리고 투자를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다르다.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거나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때는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먼저 자신이 감내 가능한 손실 수준과 목표수익률 정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감내 가능한 손실 범위를 정하고 투자했는데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물론 생길 수 있다. 투자설계를 할 때는 지난 수익률과 편차 자료 등을 활용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역사적인 추이를 벗어나 급속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때는 예상 수익률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은 투자 성공의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높이기 위함이다. 바닥과 천정을 예측해 투자할 수 있다면 이런 방법이 필요 없겠지만,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수익률이 나올 확률, 그 확률이 높은 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한 번 되돌아보자. 현재 상태에서 추가로 감내 가능한 손실 범위를 규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자산은 과감하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하자.

또한 내가 얼마 후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메모한 후, 그 시기에 맞춰 현금 유동성이 적당하게 존재하는지 체크해보자. 손실 봤다는 이유로 단기자금을 언제까지나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몇 달 안에 필요한 급전이라면 시장 반등시기를 노려 미리 일부 환매하는 것이 좋다.

거의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이 크게는 하루 5%이상씩 상승, 하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분할 매도 원칙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펀드, 혹은 특정 종목에 자금이 몰려 있다면 급전이 아니더라도 위험분산을 위해 반등 시 일부 환매해 고금리 예금이나 안전한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밸류에이션 측면 상 과도한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실물경제 침체의 구름에 가려 확실한 시장 전환 시점이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므로 안정성 높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시장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그런데 문제는… [이슈크래커]
  • “고민시만 불쌍해요”…‘서진이네2’ 방송 후기에 고민시만 언급된 이유 [요즘, 이거]
  • 첫 만기 앞둔 '임대차 2법' 계약, 뜨거운 전세 시장에 기름 붓나?[전세 시장, 임대차법 4년 후폭풍①]
  • 교실 파고든 '딥페이크'…동급생‧교사까지 피해 확대 [학교는, 지금 ③]
  • [금융인사이트] 당국 가계대출 관리 엄포에도 2% 주담대 금리... 떨어지는 이유는?
  • 사명 변경ㆍ차 경품까지…침체 탈출 시동 건 K-면세점
  • [상보] 뉴욕증시, 파월 발언에 혼조 마감…S&P500·나스닥 또 사상 최고치
  • '업무상 배임 혐의' 조사 마친 민희진, 활짝 웃으며 경찰서 나왔다…"후련해"
  • 오늘의 상승종목

  • 07.10 09:3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636,000
    • +1.71%
    • 이더리움
    • 4,306,000
    • +0.49%
    • 비트코인 캐시
    • 466,100
    • -0.94%
    • 리플
    • 614
    • +0.49%
    • 솔라나
    • 198,300
    • +0.92%
    • 에이다
    • 530
    • +1.73%
    • 이오스
    • 735
    • +1.38%
    • 트론
    • 184
    • +2.22%
    • 스텔라루멘
    • 124
    • +2.48%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600
    • +2.24%
    • 체인링크
    • 18,090
    • -2.37%
    • 샌드박스
    • 417
    • +0.9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