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유통 소비재 기업은 스포츠구단 운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을뿐 아니라 충성 고객을 꾸준히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야구장 내 식음시설 등에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켜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선수나 구단 엠블럼을 활용한 굿즈 판매는 덤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롯데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신동빈 롯데 회장은 스키협회장을 지냈고 일본에 스키장을 운영할 만큼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츠를 육성하는 기업 중 하나다. KGC인삼공사는 프로배구단을 운영 중이며 오리온은 고양시를 연고로 한 고양오리온스를 보유했다. 제주 삼다수는 골프대회인 삼다수마스터스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고진영, 박인비 선수 등을 후원하고 있다.
프로야구만 놓고 보더라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구단을 운영했던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통기업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현재까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롯데와 한화 이외에도 과거 쌍방울(레이더스), 태평양(돌핀스), 빙그레(현 한화 이글스), 해태(현 기아 타이거즈) 등이 구단주로 활약해왔다. 한화에 구단을 매각한 빙그레는 야구장 내에 자사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끌레도르존’을 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식품기업인 팔도는 2년간 프로야구 시즌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과거 프로농구단을 운영하다 돌연 팀을 해체한 전례가 있다.
신세계의 SK와이번스 인수는 한동안 시들했던 신세계의 스포츠마케팅이 다시 불붙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부츠, 삐에로쇼핑 등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돈 되는 사업’에만 집중하던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신세계 유통계열사와 야구단의 시너지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와이번스의 연고지인 인천 문학 야구장에는 이마트 바비큐존이 마련돼 있다. 고기를 구워먹으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이마트 바비큐존은 신세계가 와이번스를 품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문학구장 명물로 꼽히는 바비큐존을 지키기 위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신세계측은 와이번스 인수를 발표하며 “유통과 스포츠를 연계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구의 주 관중은 2030 MZ세대다. MZ세대는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로 꼽히는 만큼 구단 인수는 MZ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를 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세계는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센터’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야구만 보는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신세계는 최근 계열사간 협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야구단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만발이다. 스타벅스 굿즈를 SSG닷컴에서 한정 판매한 것처럼 야구장 내에 스타벅스나 이마트24 매장이 입점하는 것은 물론 와이번스 로고나 야구를 활용한 디자인을 담은 스타벅스의 MD상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