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에 울고 웃는 기업들

입력 2008-12-08 18:39 수정 2008-12-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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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ㆍ여행 ‘화색’, 엔화대출 기업은 ‘초비상’

계속되는 '엔고(高)'가 업종 간 희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기업은 물론 내수침체 여파로 매출부진에 시달리던 유통ㆍ여행ㆍ호텔업계는 몰려드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일본産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는 원가 상승 부담 증가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저금리를 노리고 엔화를 차입했던 중소기업들은 '키코' 사태에 버금가는 자금 압박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릴 지경이다.

◆유통ㆍ여행업계, 때 아닌 ‘엔고 특수’

엔고(高)로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업종은 바로 유통업계다. 최근 한국이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 천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말 100엔당 800원대에서 지난 5일 1600원을 돌파,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환율효과만으로도 앉아서 '50% 세일' 효과를 누리게 된 일본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내수 부진으로 힘들어하던 유통업계의 확실한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8일 찾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일본 쇼핑객으로 크게 붐볐다. 예년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명품 매장 곳곳에는 일본어 안내 표시 역시 크게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따르면 11월 일본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38% 급증했다.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일본인 관광객 매출은 지난 9월 이후 매달 두배 이상씩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역시 '가뭄 속 단비'를 모으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엔화, 위안화까지 환전을 확대했다"며 "달러 및 유로화는 환전하지 않고도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외국 손님 맞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명품관 역시 지난 10월 이후 일본인 매출이 작년 대비 44% 증가하면서, 일본어 전문 통역 직원 2명을 채용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줄어 울상이던 여행업계도 '엔고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해 1월 이후 11월까지 해외사업 확대 진출과 엔고 현상이 맞물리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4배 정도 증가했다.

인터파크 역시 같은 기간 국내 숙박 및 여행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0% 늘었다. 제주도 여행상품 매출은 11월에만 작년보다 141% 늘었고, 제주도 항공권도 219%나 많이 팔렸다.

대일본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은 폭등한 엔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엔화와 함께 위안화 역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했던 일본 기업들이 원가경쟁력과 품질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국 제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KOTRA 관계자는 "엔화 급등세가 4분기 대일 수출 주력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고공행진을 구가하고 있는 원엔 환율의 영향으로 특급호텔은 객실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구사하고 있다.

서울 밀레니엄 힐튼, 웨스틴조선 등 특급호텔들은 엔고에 따른 일본인 쇼핑 관광객 급증으로 객실이 거의 매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엔고 바람을 타고 쇼핑을 위해 입국하는 일본인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엔고 현상으로 일본 자금의 국내 투자 역시 큰 폭으로 느는 추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일본인의 국내 투자는 두 달동안 4억4500만달러가 신고됐다.

지난 3분기 전체 투자금액 2억3900만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최근 두 달 사이에 국내로 유입된 셈이다.

올 들어 11월까지의 일본인 투자 총액도 14억3000만달러로 작년 전체 투자금액 9억9000만달러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미국 등지에서 엔캐리 자금이 상당 부분 회수돼 일본 내에 여유자금이 많은데다 최근 원엔 환율 급등으로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엔화대출 업체 피해 ‘심각’

반면 엔고가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핵심 부품,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국내 산업 구조상 엔화 강세가 원가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수입단가 상승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엔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 침체가 심각한데 일본 부품의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부품의 평균 30~40%를 일본산에 의지하고 있다"며 "수익성 유지를 위해서는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 하지만 수요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밝혔다.

KOTRA는 "올해 연간 대일 적자액이 30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금리를 노리고 엔화 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은 갚아야 할 원금이 불어나면서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제로금리로 대표되던 일본의 저금리 시대는 가고 최근 이자가 두 배로 오른 데다,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던 1~2년 전 엔화를 차입한 중소기업들은 '환율폭탄'에 시름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A사의 경우는 심각하다.

이 업체가 지난 2006년 금리 연 2.5%의 조건으로 4억엔을 대출받았다. 당시 환율로 따지면 한화로 약 30억원이었다.

나름대로 꾸준한 매출 시장을 기록중인 건실한 중소기업이지만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

갚아야 할 원금 4억엔의 한화 가치가 두 배 가까운 55억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K 사장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회사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있다"며 "불경기로 매출까지 급감하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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