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자취 감춘 ‘통일’ 마케팅

입력 2021-01-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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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바쁘게 움직였다. 자산운용사는 남북경협 관련 펀드 상품을 재정비하고, 증권업계는 수혜주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팀을 꾸렸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남북관계는 악화됐고, 금투업계의 노력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특히 남북경협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통일펀드’ 설정액은 1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일각에서 ‘뉴딜펀드’가 통일펀드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통일펀드 설정액 증감
▲통일펀드 설정액 증감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최근 1년 동안 8개 통일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339억 원으로 집계됐다. 8개 펀드 설정액의 합은 1100억 원에서 80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통일코리아펀드’는 1년 새 99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브이아이자산운용의 ‘브이아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는 설정액의 45%인 24억 원이 1년 만에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이 펀드들의 수익률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삼성통일코리아펀드’ 1년 수익률은 42.60%, ‘브이아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는 무려 57.44%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설정액이 50억 원도 안 되는 펀드가 절반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일펀드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통일은 대박이다’ 이후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에서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상품을 재정비해 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면서 “하지만 남북관계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짚었다.

‘통일’ 테마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관심에서도 멀어진 모양새다. 2018년 당시 증권사들은 자체 특별(TF)팀을 꾸려 남북경협 수혜주를 분석하는 전담팀을 만들고 관련 행사도 적극적으로 열며 마케팅했지만 통일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발 빠른 대처가 무색해졌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7월 리서치센터 내 ‘한반도 통일경제’ TF를 만들고 리서치센터 연구원 5명을 배치하고, 외부 자문위원 2명을 영입했다. 현재 일부 인원은 이직하거나 업무가 바뀌었고, TF는 유명무실해졌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2018년 4월 북한관련TF팀 ‘한반도신경제팀’을 꾸렸지만 현재 팀은 해체된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이슈가 있어야 진단하고, 대응하는데 지금 남북경협이 올스톱된 상태인 만큼 휴식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세계 3대 투자대가 중 한 명인 ‘짐 로저스’를 포럼에 초청하는 등 남북경협에 앞장서던 삼성증권 역시 남북경협 분석 업무를 크게 줄였다. 당시 삼성증권은 2018년 6월 업계 최초로 ‘북한 전담 리서치팀’을 신설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삼성증권은 리서치팀을 유지하면서 북한 브리핑 자료를 주간 단위로 내고 있지만, 월간 보고서는 북한에 국한된 이슈보다는 미국 등 지정학적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현재 정책 펀드로 분류되는 ‘뉴딜 펀드’도 같은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투업계에서 북한 관련 사업을 확장할 때도 중장기 테마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뉴딜펀드는 실체가 있는 수혜주이긴 하지만, 정책펀드라는 한계로 이슈에서 금방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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