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 전 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곧바로 검찰은 칼을 빼들었다. 그 결과로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꼽히던 조 전 장관의 도덕성 논란은 우리 사회에 공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비호했다. 반면,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세력과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은 문재인 정부를 날서게 비판했다. 이는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는 결과를 냈다. 국민은 진영에 따라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향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 모습을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두 집회를 종교전쟁에 비유하며 “두 집회의 군중들 사이의 진리는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격렬한 정치 갈등의 조건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공정한 사법적 결정이 가능할 수 있을지 실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이후에는 법무부와 검찰청의 수장인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추 장관은 검찰 요직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을 내쳤고,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직무배제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윤 총장은 법원에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까지 결정권자로 개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갈등이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돼왔다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나 사회에 양극화가 굉장히 급속도로 분화하면서 시작했다”며 “기득권 세력과 그걸 바꾸려는 세력 간에 갈등이 굉장히 깊어졌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화 이후에 우리 정치에 민주화가 심화, 확산하지 못했다”며 “대통령 중심제와 선거제도가 총체적으로 아우러져 진영싸움이 확실하게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한자 표현이다.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진영이 선과 악의 기준이 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