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시작한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강화된 시기는 신흥국 증시에 유리해 테크, 소재, 경기민감 소비재가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시장 기대에 부합한 수준으로 장기물 매입 확대 등은 없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했다.
FOMC는 2020년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는 9월 -3.7%에서 이번에 -2.4%로, 2021년 전망치는 4.0%에서 4.2%로 상향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경제회복이 지연되면 자산매입을 늘리겠다”고 밝힌 발언은 역으로 현재 정책 기조에 만족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전 고용과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자산 매입을 한다면 자산매입 규모 축소는 2022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연준이 자산 규모를 줄이는 시점은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시점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굳이 매입 규모를 늘리지 않더라도 매입 만기를 장기화하면서 부양 효과를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재 연준 내부에서는 자산매입 정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확대되는 예금기관 예치금이 향후 단기자금시장 금리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며 “마냥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단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내년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결정되고 국채발행이 늘어날 때, 연준의 자산매입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을 포함해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국 중앙은행 계획을 살펴보면 내년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4개국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은 3조40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했다. 이는 2020년 8조2000억 원 달러보다는 적고 과거 10년 평균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연준 자산 증가 속도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에 못 미치고 있단 진단이 나온다. 연준 자산은 4분기 4주 평균 700억 달러인 반면 동 기간 ECB 자산은 1580억 달러, BOJ 자산은 900억 달러 늘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 자산 증가 속도는 7~8월 이후 둔화하고 있어 연준의 유동성 지원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는 완화돼 금융시장 여건은 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이외 유럽 및 신흥국 등 주식시장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러한 국면에선 경기에 민감한 산업 주가가 유리하단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연준 자산 증가 속도가 주춤해진 2분기 후반 이후 국내에서는 필수소비, 유틸리티 등 방어적인 섹터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테크와 경기 민감 소비재, 소재 산업이 강했다.
허재환 연구원은 “경기 민감 산업 주가는 금리에 연동되는데 금리의 상승 추세가 가파르지는 않다”며 “경기 민감 섹터 내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심 가질만한 산업은 경기 관련 소비재”라며 “7~8월 미국 연준 자산 증가 속도가 정체된 이후 주가가 강했지만, 10~11월 이후 다소 주춤해졌고 미국 부양책과 백신 기대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관리 섹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자산 매입이 급격한 PER(주가수익비율) 하락 가능성을 막아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 건강관리 섹터 주가는 7~8월 이후 부진하다가 최근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