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 대학졸업자 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순위에서 10년간 14계단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시장에서 대졸자는 늘어나는 반면, 이에 걸맞은 일자리가 고학력 지원자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며 생긴 ‘일자리 부조화’가 실업률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OECD 국가의 청년(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과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OECD 국가들의 평균 청년 대졸자 실업률은 2009년 6.1%에서 2019년 5.3%로 0.8%포인트(p) 개선됐지만, 한국은 5.0%에서 5.7%로 0.7%p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청년 대졸자 실업률 순위 역시 2009년 OECD 37개국 중 14위에서 2019년 28위로 14계단 크게 하락하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청년 대졸자 실업률이 증가한 국가는 OECD 37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8개 국가뿐이었다. 증가 폭 기준으로 한국(0.7%p)은 그리스(7.0%p), 터키(1.7%p), 덴마크(1.5%p)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반면, G5의 청년 대졸자 실업률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 2.8%p(5.2%→2.4%) △일본 2.1%p(4.7%→2.6%) △영국 1.5%p(3.9%→2.4%) △독일 1.4%p(4.0%→2.6%) △캐나다 1.1%p(5.8%→4.7%) △프랑스 0.6%p(6.4%→5.8%) 순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지만, 대졸자 고용률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은 2009년 60.6%에서 2019년 69.8%로 9.2%p 올라 OECD 평균(8.6%p)보다 크게 증가했고, 비교 대상 시점인 2009년 이후 줄곧 OECD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청년 대졸자 고용률도 2009년 73.9%에서 2019년 76.4%로 2.5%p 소폭 올랐으나, OECD 내 순위는 같은 기간 35위에서 33위로 여전히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한국의 청년 대졸자 중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준비 등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작년 한국의 청년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18.9%로, 이탈리아(23.1%), 체코(21.1%)에 이어 OECD 3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경연은 한국의 고학력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에 대해서 “고학력을 요구하거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증가속도가 대졸자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다”라고 진단했다.
대졸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5% 증가했지만, 고학력 일자리로 분류되는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 수는 연평균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소위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고용도 연평균 1.3% 증가하며 대졸자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교육 수준은 OECD 최고지만, 이들의 고용은 OECD 최하위권”이라며 “대졸 청년실업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인적자본 손실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노동시장 체질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고용창출 여력을 개선하고,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교육 커리큘럼 등 산학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