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가다](上) 조선업 "안개 속에도 길은 보인다"

입력 2008-11-26 13:10 수정 2008-11-26 16:3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과거 구조조정 경험 밑바탕으로 극복…"위기 속 도약 준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업종에서는 감산과 인력감축 소식이 전해지는가 하면 업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다. 지금의 불황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조선과 석유화학 공장들을 찾아 내일을 위해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산업현장의 모습을 담았다.<편집자 주>

경상남도 거제시 한 조선소 선박 건조 도크에서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분주하다. 용접을 하고 있는 불꽃과 함께 해머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또 다른 조선소 현장. 이곳도 조선소 야드와 야드 사이를 오고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가운데 450t 크레인 두 대가 LPG(액화석유가스)선에 들어갈 탱크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조선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여전히 활기차게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정부와 금융권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로 하반기들어 조선경기가 급랭하고 중소형 신생 조선소들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과 시설대 지원 등의 문제로 공장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일부 대형 조선사들도 10월 이후로 수주가 끊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거제와 부산, 울산의 조선업 현장들은 이미 수주해 놓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술력으로 위기 극복"

◇비가오는 날씨에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에서는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소를 둘러싼 환경이 지난 3~4년간의 호황기에 비해 급격히 어려워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 2~3번의 구조조정 시기와 불황기를 겪으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경남 거제시 옥포면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난 안호균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팀장은 요즘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조선산업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이렇게 전했다.

1989년 조선산업합리화 과정과 노사분규 사태, IMF 외환위기, 9.11 사태 등의 고비를 넘기면서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자신감이 불황기에 빛을 보고 있다는 것.

실제로 130만평(430만㎡)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불황과 실물경기 침체로 조금은 침체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수주잔량이 241척, 415억달러로 앞으로 3년 이상의 일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옥포조선소 곳곳의 안내를 돕던 김형식 과장은 "밀려드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현재 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조립공장으로 바꿀 정도"라고 전했다.

옥포조선소 야드를 지나가다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작업 중인 한 기술자에게 현장 내 분위기를 물어봤다. 그는 "현재 예정돼 있는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쁘다. 정신이 없다"며 "조선소 내 근로자들도 실물경제 위축은 걱정하고 있지만 차분하게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안호균 경영관리팀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것보다 주위에서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위험을 미리 예단해 위축할 필요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어쩌면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어떻게 응용하고 아이디어를 활용하느냐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선과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 설비), 반잠수식 시추선 등 매년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을 높이고 있다.

◇부산항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거제도 장승포에서 배편으로 1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부산 영도조선소. 이곳에 위치한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소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등불을 밝힌 채 곳곳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소에 들어서자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주황빛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드에서 만난 한 직원에게 조선업 분위기를 묻자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은 있지만 왜 조선업이 어렵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10년 주기로 있던 조선업 불황을 극복해낸 경험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공법을 포함한 기술력 개발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때 도약준비"

25일 찾은 울산시 현대중공업. 경제위기가 닥치며 인근에 있는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유화업계가 감산에 돌입하고, 현대자동차가 특근을 중단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숨을 죽인 모습이지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박 인도일을 맞추기 위해 현대중공업 내 크레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 지역은 지역경제의 3대 축인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가 모두 어려운, 초유의 상황 속에서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피부로 접하고 있다.

올들어 10월 말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1만5515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서도 울산경제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안은 수십 개의 크레인이 선박 건조를 위한 블록, LPG저장 탱크 등을 옮기며 쌀쌀한 날씨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재헌 현대중공업 부장은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380척, 4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며 "예정된 선박 인도일을 맞추기에도 부하가 걸릴 만큼 불황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과감한 시설투자로 호황기를 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100만t급 해양도크를 갖추고 있는 군산조선소, 포항 블럭공장이 한창 준공되고 있다.

수주가 끊길 만큼 조선산업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에 이어 군산조선소, 불럭공장 준공에 나선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호황기 때의 시설투자보다는 불황기 때 시설투자가 미래에 좀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입구에 위치한 본관 건물에는 수주한 선박의 설계를 위해 늦은시간까지 도면을 그리고 있는 직원들과 야드에서 선박 인도시기를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는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 속에서 조선업 불황을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거제·부산·울산=안경주 기자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최애의 아이 2기’ 출격…전작의 ‘비밀’ 풀릴까 [해시태그]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우승 확률 60%' KIA, 후반기 시작부터 LG·SSG와 혈투 예고 [주간 KBO 전망대]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9,833,000
    • -1.69%
    • 이더리움
    • 4,235,000
    • -0.54%
    • 비트코인 캐시
    • 466,100
    • +1.61%
    • 리플
    • 606
    • -1.14%
    • 솔라나
    • 194,900
    • -1.12%
    • 에이다
    • 517
    • +0.78%
    • 이오스
    • 718
    • -1.37%
    • 트론
    • 178
    • -1.66%
    • 스텔라루멘
    • 121
    • -2.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150
    • -0.1%
    • 체인링크
    • 18,220
    • +0.94%
    • 샌드박스
    • 413
    • -2.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