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 '눈물의 선택'

입력 2008-11-21 15:37 수정 2008-11-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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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ㆍ대주단 최후통첩에 '울며 겨자먹기' 가입

대표적인 중견 건설사 A사는 지난 21일 이른 아침부터 몇 시간째 회의를 거쳐 고심끝에 '건설사 대주단'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대주단 가입이 썩 내키는 건 아니지만 자금 사정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날 오후 주채권은행으로 찾아가 대주단 가입문제와 구체적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같은 모습은 비단 A만의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대부분의 중견 건설사들은 지난 18일 대주단 가입 설명회 이후 국토부가 1차로 단체가입 시기를 지정해 준 23일까지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건설사 '눈치작전' 극심

대주단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이 회사의 한 중견 간부는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또 다른 두려움이 순간 교차했다.

대주단 가입으로 채권 만기가 1년 연장되게 되면 자금사정이 회복될 시간을 벌 수 있어 안심이 되는 반면 채권은행의 온갖 요구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렵기만 하다. 그는 “회사가 회생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씁쓸하고 속상하다”며 "가시밭길은 이제부터 시작일테고 특히 익명성이 보장될 지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놓고 망설임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당초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수호천사’로 출발했지만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저승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연 가입자들에 대한 익성성이 보장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은행권은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업체는 거의 없는 분위기다. 설령 은행들이 익명성 보장에 심혈을 기울인다 해도 언제 어떻게 알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B사 관계자는 "만약 대주단 가입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 다닐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마음 편히 대주단에 가입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사들은 단체가입 시한은 코앞에 두고 서로 다른 회사의 동향을 살피면 치열한 ‘눈치작전’마저 펼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대주단 가입을 놓고) 건설업체들간에 눈치보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미 가입 방침을 정했더라도 가입 시점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단체가입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국토부가 단체가입 시한으로 정한 23일까지 건설사들이 얼마나 많이 가입했을 지가 주요 관심 대상이다.

지난 17일 국토해양부는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주단 가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23일까지 일괄 가입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다수의 건설사들이 단체 가입할 경우 평판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100대 건설사 중 1차적으로 30~40개 이상의 업체들이 일괄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은행권도 가입시한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 가입시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만큼 24일을 전후로 기업들이 대거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단 설명회 이후 오히려 가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도 사실이다. 1년간의 대출연장 이외에 별다른 혜택도 없으면서 오히려 은행의 까다로운 요구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어떤 건설사가 구조조정을 당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을 뿐더러 금융권에서의 지원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특히 해외 관련 사업의 비중이 큰 회사들은 대외 신인도 문제도 걸려 있어 쉽게 가입을 결정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주단 가입을 통해 얻는 혜택보다 부실기업이라는 이미지 실추나 경영권 간섭 등을 더욱 걱정해야 것”이라면서 가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췄다.

결국 24일 1차적인 단체가입 규모는 정부나 금융권의 예상하는 30~40개 기업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와 은행권의 압박 수위를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건설사들로서는 향후 '눈물의 선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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