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투자자입장에서 반드시 체크해야할 재무제표 주석사항

입력 2020-11-11 14:05 수정 2020-11-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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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사항도 재무제표 일부를 구성한다. 오히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보다 중요한 정보를 더 많이 담고 있다. 주석사항에는 재무제표 계정과목의 명세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해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여러 정보가 많다. 대기업 재무제표의 경우 주석사항만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첫 페이지부터 차례차례 읽지 말고 재무제표의 중요 계정과목 숫자와 주석사항 간에 서로 참고(reference)하면서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건축 내·외장재 기업인 KCC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산 총액 대비 약 27%인 2조6000억 원치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온다. 이 회사의 주주는 이 금융자산이 주식인지, 채권인지, 만약 주식이라면 어떤 종목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럴 때 주석사항을 활용하면 된다. 이 회사의 재무제표 주석사항을 보면 금융자산의 98%가 상장기업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보유한 종목은 삼성물산, 한국조선해양 등이며 주식 취득가액 대비 약 1조 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두었다.

재무제표 주석사항의 백미는 단연 “특수관계자 거래”이다. 우리는 이 주석사항을 통해 기업이 어떻게 횡령하는지 또는 대주주 일가가 세운 회사를 통해 얼마나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횡령 및 배임은 주로 무자본 기업사냥꾼들이 인수한 소규모의 상장기업에서 많이 발생한다. 사채로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이들 사냥꾼들은 회사에 입성해서 갚을 돈을 마련할 방법부터 찾는다. 회사 내부에 있는 돈을 그냥 갖고 가면 안 되니까 티 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특수관계자인 계열사나 자신의 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거기에 자금을 보내는 것이다. 계열사 설립 자본금, 대여금,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회사에 있는 돈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거기에 가서 임원 급여나 분식 회계 등을 통해 자금을 인출한다.

소규모 상장기업에서 횡령할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상장기업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자본조달이 비교적 용이하다는데 있다. 그동안 이들 기업 중심으로 전환사채(CB)를 많이 발행했고 여러 사모펀드에서 인수를 잘 해줬다.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면 사채권자는 주식으로 전환해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회사는 들어온 자금을 상환 의무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조달받은 자금을 사업에 쓰지 않고 횡령에 이용해서 회사의 주주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서 상장폐지 대상이 된 다수의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최대주주, 임원진, 회사명이 빈번하게 바뀌었고 전환사채를 많이 발행해서 자금을 모으고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돈이 외부로 나간다는 점이다. 잘 모르는 중소, 중견기업을 투자하기에 앞서 이런 사항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특수관계자 거래 중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일감 몰아주기이다. 만약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다면 일감 몰아주기를 의심해야 한다. 회사의 거래 구조 사이에 최대주주가 만든 회사가 개입해서 이익을 가져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지원행위 제제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받은 SPC삼립의 주석사항에서 특수관계자 거래를 보면 그들 간에 복잡한 매출, 매입 거래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대주주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샤니를 비롯해 여러 회사에서 매입을 해오고 다시 특수관계자인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등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수익과 비용 간의 간극이 벌어져야 하는데 만약 특수관계자들의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한 목적이라면 회사는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SPC삼립의 영업이익률은 불과 2%에 불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주석사항을 통해 특수관계자간 매출, 매입거래가 빈번하고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일감 몰아주기를 의심해야 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거래구조의 중간에 있는 상장기업의 주주이다.

재무제표를 통해 전년도 대비 실적이 좋아졌는지 재무구조는 안정적인지 기본적으로 점검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주석사항에 중요한 정보가 더 많이 담겨 있으니 투자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서 믿을 만한 기업인지를 꼭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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