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 살리려면 대출 확대돼야"

입력 2008-11-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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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없이는 해결난망

"지난해 경기가 좋을 때만 해도 금융권이 서로 대출을 해주려고 경쟁을 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한 대기업 자금담당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로 번지면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깐깐해지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용평가등급이 'A'인 우리 회사가 이 정도인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불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은 은행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급보증까지 서주며 은행으로 하여금 기업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하지만 현장에서는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당연한 진리"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해 원금회수와 이자수익을 통해 내실을 기할 수 있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쉬운 쪽은 기업이다. 기업 이름이 거론되면 향후 대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주식ㆍ부동산 등 보유자산 매각이나 계열사 정리, 원가절감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분주하다.

◆ 은행은 '왕 중의 왕'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어려워진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부터다.

B사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로 은행 쪽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에는 은행들도 연말이 되면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은 거의 없이 기존 대출의 연장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약서에 도장 찍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요즘에는 대출을 받는 날까지 수차례에 걸쳐 확답을 받는 경우도 있어 관련 업무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규대출이 어려워지고 대출 절차가 복잡해짐에 따라 재계에서는 은행과 대기업의 '갑-을' 관계가 생겼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들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은 언감생심, 꿈꾸기도 힘든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들의 대출관련 애로사항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작 중"이라며 "자료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중기들 상황은 한 마디로 '폐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다는 말은 사치”라며 “은행권으로부터 도움을 구하기에는 시점이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권이 우량기업 위주로 대출을 한다고 천명했으니 그 외의 중기들은 도산 아니면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정부 지원 확대 등 적극적 대응책 절실

지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장과 금융기관장들이 긴급간담회를 갖고 실물경제와 금융환경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금융애로상담센터를 활성화 하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경제정책팀장은 "간담회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세부적 지원규모와 일정 등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지원규모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은행 모두 외화와 원화 모두 여유롭지 않다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과 은행 모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이같은 기업 지원방안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진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결국 정부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이겨낼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 팀장은 "오늘도 기업들의 수출입금융 실태(외환보유상황)를 점검했지만 상황의 심각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은행권 차원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에 있지만 은행권도 힘든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 도움 없이 현 난국을 헤쳐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 등 경제단체 등은 회원사들을 통해 자금 및 경기상황을 점검, 조사내용을 분석한 뒤 정부측에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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