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종석(30ㆍ가명) 씨는 한숨이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성 친구와 만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데이팅 앱’을 설치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이성이 수십 명씩 등장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그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이성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언택트(비대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올랐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로 했던 재택근무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보편화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정보기술(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박상현(31ㆍ가명) 씨는 노트북 앞에 앉아 동료들과 술잔을 부딪쳤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짜낸 묘안이 ‘랜선 회식’이다. 이는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유선 케이블인 랜(LAN)과 선(線)의 합성어로 온라인을 이용한 모임을 뜻한다. 박 씨와 동료들은 취향대로 준비한 안주를 들고 앉았다. 위스키부터 와인과 소주, 막걸리까지 다양한 주류도 화면을 채웠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언택트’로 달라지고 있다. 랜선 문화는 집들이ㆍ여행ㆍ독서토론 등 다양한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랜선집들이 #랜선여행 #랜선술먹방 등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 수만 개를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랜선 문화가 코로나19 시대에 알맞은 거리두기일 뿐 아니라 변화하는 가치관에 맞춘 형태인 만큼 새롭게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종교인들의 주말 풍경도 바뀌고 있다. 대면이 온전한 예배라며 이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예배가 등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계가 훌쩍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언택트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한 교회는 10여 개 교회가 모이는 ‘드라이브 인 예배’를 선보였다. 이는 신자들이 교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자신의 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설교를 듣는 것이다. 다수의 신자가 굳이 좁은 공간에 모여 앉아 대면할 필요 없이 각자의 차 안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예배할 수 있다.
언택트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은 데는 ‘편의성’이 한몫했다. 이를 ‘편리한 단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언택트 문화는 중요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