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넘어섰다.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와 금융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란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25일 탈중앙화 금융 통계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시장 총 예치 규모가 103억6000만 달러(12조1315억 원)로 집계됐다. 연초 6억7592만 달러(7909억6158만 원) 대비 9개월 만에 1500% 성장했다.
디파이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가치가 없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비판가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위터로 “디파이는 시작부터 베이퍼웨어였다”며 “블록체인이 비틀거리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퍼웨어는 소프트웨어 제작사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끝내 출시하지 못한 제품을 말한다.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이 가치가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기 때문에 가상자산으로 구현된 디파이도 가치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블록체인의 한계가 디파이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디파이 시장 대부분은 이더리움에서 작동하는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이더리움은 최근 디파이에서 발생한 수요 폭증으로 속도 지연과 수수료 급증 사태를 겪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브루킨스 포브스 칼럼니스트는 “디파이와 대체불가토큰(NFT)의 강력한 성장세가 이더리움에는 양날의 검”이라며 “높은 수수료와 느린 처리 속도는 디파이와 NFT의 신규 진입장벽이 됐다”고 꼬집었다.
국내 블록체인 관계자들은 다소 과 평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동반하는 불확실성으로 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달 18일 디파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최근에는 투자에 대한 수요가 투자자들을 디파이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높은 이자율, 이를 통한 무위험 차익거래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사용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 등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디파이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금융을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는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수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다수의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새로 받은 코인(프로젝트별 자체 토큰)의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토큰의 실질 수요가 없어 가치가 하락한다면, 높은 이자율을 만들어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는 “일각에서 디파이에 대해 사기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이해는 간다”며 “개별 토큰의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된 가치만큼 있는 것인지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코인 보상을 위한 것 이외에 실질적인 디파이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