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입력 2020-09-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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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을 위한 가장 필요한 것이요? 제 생각에는 ‘무관심’입니다.”

올해 반도체 업계는 여러 이슈로 바쁘게 요동쳤다. 일본 수출규제 이슈에 간신히 대응하니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이슈가 닥쳤다. 국내 유수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기업에까지 영향권에 들어갔다. 여기에 최근엔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시도하면서 산업 지각변동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다.

중국 기술 굴기나 반도체 가격 급등락 등 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에 여러 가지 숙제가 얹힌 양상이다. 반도체 산업에 그 어느 때보다 우려 섞인 관심이 많이 쏟아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 관계자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반도체 산업을 위한 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내놨다. 의아했다. 국민적 관심이 예산이나 정책 지원을 이끄는 힘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장을 좀 더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그가 우려한 건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단기적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당시 소재 국산화 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일본 기업이 50년, 100년 걸려 이뤄낸 걸 무슨 수를 써서 1년 만에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국산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예산만 지원한다고 앓던 이를 단숨에 뺄 순 없는 노릇입니다. 이를 안다면 점진적으로 시행했어야 합니다. 산업에 충격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요. 이 때문에 아직 기업들 사이에선 원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단기적 성과를 내라고 채찍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이 나을 것이라는 쓴소리였던 셈이다. 시장이 아무리 가쁜 속도로 바뀌어도, 산업 기반 자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선 장기전이 필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다행인 건 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편성한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ㆍ개발(R&D) 비용을 작년과 비교해 10%가량 대폭 늘렸다. 반도체가 포함된 3대 신산업에는 7089억 원을 지원한다. 2016년 재정 지출 효율화 기조로 3년 연속 증가율이 1%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반가운 일이다.

아이 하나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한데 뭉쳐 중장기 비전을 향해 함께 달려야 한다. 적기에 적재적소 투자, 장기전을 인내하는 애정 섞인 관심이야말로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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