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오너의 끊임 없는 신사업 갈증

입력 2020-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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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강점은 잘 짜인 사업 포트폴리오다. 스마트폰, TV 등 세트사업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모두 영위하며 한쪽 사업이 불황일 때 다른 쪽 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 경쟁력이 없다면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D램, 낸드플래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주요 전자·IT 품목에서 세계 1위다.

핵심인 메모리반도체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28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2002년부터 18년 연속 1위다. 하드드라이브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2006년부터 1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 화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반도체인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도 17년 연속 1위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역시 80%가 넘는 점유율로 세계 1위다.

세트 사업에서도 TV는 지난해 14년 연속 TV 시장 1위를 지키며, 사상 최초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넘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애플과 화웨이를 꺾고 1위를 지키고 있다. 그야말로 삼성이 얘기하는 ‘초격차’가 잘 드러나는 사례들이다.

물론 1위 사업만 있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아직 선두권 도약이 절실한 분야가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1위에 오르겠다고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그렇다.

파운드리(칩 위탁생산)는 TSMC에 점유율이 30%포인트 이상 크게 뒤진 2위다.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역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에 뒤진 채 13% 점유율로 4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는 마치 ‘김밥천국’처럼 수십 가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다.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끊임없는 신사업 진출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메뉴가 다양해졌지만, 맛을 놓치지 않았다. 라면과 김밥, 돈가스 등은 이미 세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다만 새로 도입한 메뉴에서 기존 강자보다 좋은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대형 수주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7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미국 버라이즌에서 8조 원 규모의 5G 통신 장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향후 글로벌 5G 영토 확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 세트 사업의 핵심인 스마트폰이 매출과 수익 면에서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5G 장비 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본격 자리매김했다는 의미가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잇따른 수주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2월 퀄컴의 차세대 5G 이동통신 모뎀 칩 생산 계약을 따냈고, 최근에는 미국 IBM과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추가했다.

메모리 사업이 부진해도, 파운드리 등 비(非) 메모리 사업으로 메울 힘을 갖게 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 복귀와 함께 “10년 뒤면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이 사라진다”며 신사업 의지를 불태웠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했다.

오너의 신사업 열정은 기업이 녹슬지 않게 하는 윤활유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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