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노조' 삼성의 대단한 노무관리 능력

입력 2008-11-04 15:32 수정 2008-11-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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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첫 자생 노조 탄생을 기대했던 노동계가 삼성의 노무관리 앞에 좌절했다.

노동계는 최근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 17명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무노조 삼성에 첫 자생 노조가 생기는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삼성SDI가 삼성전자와 합작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하면서 울산공장 노동자 1000여명의 전직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며 금속노조에 가입, 산별노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후 삼성SDI지회까지 만들어 첫 노조 설립의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의 빼어난 노무관리 능력 앞에 결국 굴복해야 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17명 중 11명이 금속노조에 탈퇴서를 냈고 나머지도 전직 강요를 주장하며 변호사까지 선임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사실상 회사 측에 백기를 들었다.

삼성SDI가 전직을 거부하고 노조에 가입한 17명 중 11명에 대해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급 1명, 정직 5명, 감봉 5명 등 중징계를 내렸고 전직을 계속 거부할 경우 추가 징계가 있을 수 있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SDI 측은 이들을 징계한 이유가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금속노조에 가입한 17명이 산별노조가 아닌 삼성SDI지회를 설립할 경우 첫 자생 노조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해당 노동자들을 압박 및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한 노동자는 "삼성SDI에서 그동안 구조조정을 몇 차례 겪으면서 노조 설립이 몇차례 추진됐으나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며 "이는 체계적인 삼성의 압박과 회유에 마음이 여린 노동자들이 백기를 들었기 때문으로 삼성의 고도화된 무노조 전략이 결국에는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예전부터 그룹 구조조정본부(현재 해체)를 중심으로 체계적 노무관리를 통해 노조 설립을 원천 봉쇄해왔다. 구조본이 체계화된 노무관리지침을 만들어 전 계열사가 이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다.

삼성은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그동안 어용노조를 이용한 설립 원천봉쇄, 납치ㆍ감금ㆍ협박ㆍ회유 및 노조탈퇴 강요, 구조조정을 통한 강제사직과 정리해고, 집회방해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수법을 동원해 '무노조 왕국'을 건설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 삼성의 노무관리는 최고로 꼽히며 그 중에서도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들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삼성SDI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과 철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삼성의 탁월한(?) 노무관리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철벽같은 삼성의 무노조 원칙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 계열사에서 산별노조 가입이 늘고 있고 오는 2010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삼성의 무노조 원칙도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은 이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삼성' 대신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는 삼성'을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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