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경찰관을 호출 중입니다.”
7일 서울 성동구청 앞에 있는 ‘성동형 스마트 쉼터’ 안. 한 기자가 내뱉은 한 마디에 경찰을 부르고 있다는 말이 수차례 반복됐다. 스마트 쉼터 내부에 설치된 ‘이상음원감지시스템’이 위급신호를 인식하고 조처하고 있는 것. 입을 못 떼는 상황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원격관제 지능형 CCTV가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성동경찰서와 성동소방서가 즉각 출동하게 돼 있다고 한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최첨단 스마트 쉼터를 설치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던 미세먼지 대피소나 겨울철 바람막이를 최신식으로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외관은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어느 버스가 오는지 볼 수 있고, 실시간 버스정보도 큼지막하게 표시된다. UV공기 살균기로 공기 중 바이러스를 99% 차단하고, 냉ㆍ난방 시설을 갖춰 쾌적한 환경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안전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도 접목했다.
언뜻 봐도 비싸 보이는 쉼터인데 안으로 들여가 곳곳을 살펴보니 ‘꽤 비싸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치비는 생각보다(?) 저렴했다. 보통 등산로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데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쉼터 역시 1개당 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10개가 설치됐으니 쉼터 설치에 10억 원이 들어갔다. 최첨단 기술에다 구민들의 편익까지 고려하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닌 셈이다.
성동구 내에 설치된 10개의 스마트 쉼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됐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버스를 타는 곳을 중심으로 쉼터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초기 설치 비용이 이미 들어간 만큼 향후 조성하는 쉼터는 좀 더 저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국토부와 함께 추진하는 ‘스마트 교통도시’ 사업에서 선정돼 LG전자와 기술과 디자인 협력을 맺었다”며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민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낯선 건축물을 본 구민들은 이내 엄지를 치켜세웠다. 성동구 행당로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조모(31) 씨는 “더위와 추위는 물론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기존에 있던 것들은 임시로 설치한 느낌이 강했고 외부환경으로부터 날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잡상인이나 노숙자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IoT 제어ㆍ관제 시스템으로 구민들이 쉼터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내부 모든 출입사항뿐 아니라 시스템 작동부터 관리까지 센터에서 조정할 수 있다”며 “24시간 통합관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이상 행위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형 스마트 쉼터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포용적 쉼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라며 “아주 가까운 일상에서 스마트기술을 체험하도록 쉼터를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