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수렁에 빠진 '쌍용건설 인수전'

입력 2008-10-28 12:07 수정 2008-10-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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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캠코 가격 입장차 커... 우리사주조합도 걸림돌

쌍용건설 인수전이 점차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패닉' 상태에 접어든 주식시장과 '말기 암'환자에 비유되는 건설경기로 인해 경쟁을 펴고 있는 쌍용건설과 동국제강 모두 '상처뿐인 싸움을 치룰 공산이 커져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11일 입찰가격조율 마감을 앞두고 '싸게 사려는' 동국제강과 '비싸게 팔려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무조건' 우선매수청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대립도 날이서고 있는 상태다.

동국제강은 지난 7월 군인공제회를 FI(재무적투자자)로 영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관하는 쌍용건설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동국제강은 주당 3만1000원(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본입찰에서 우선매각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에 환경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부를 만큼 달라졌다. 건설시장은 날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고,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혼돈)’ 상태에 접어들었다.

우선 동국제강이 실사작업을 실시하는 동안 쌍용건설의 주가는 1/4 토막이 났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쌍용건설수의 주가는 5570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건설시장이 동반 침체 국면을 보이면서 건설사 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어, 브라질 고로건설에 쌍용건설을 활용하려 했던 동국제강의 청사진이 '메리트'를 잃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당시 추진 중이던 브라질 고로건설사업에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국제강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는 브라질 고로사업과 당진제철소 사업이 최근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쌍용건설 포기가 낫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양대사업에 2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 때문에 쌍용건설 인수에 자금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매수희망가격이 부담이다. 본입찰에 주당 3만1000원으로 인수가격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50.1%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4600억원이 필요하다.

이 가격이 최근 매각된 대우건설과 동아건설의 매각가격과 비교하면 비싸지는 않지만, 최근 증권․건설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적잖은 부담이다.

더욱이 든든한 후원군이던 군인공제회가 컨소시엄에서 빠지게 됨에 따라 자금동원능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문제는 동국제강에서 멈추지 않는다. 동국제강이 제시해놓은 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이 된 만큼 이 가격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할 쌍용건설 우리사주 측도 고스란히 주가 하락에 대한 피해를 안아야 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또 매각 주관사인 캠코도 쌍용건설 인수전이 '싱거운 경매'로 끝날 경우 자금 회수가 안돼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동국제강 측은 매각 주관사인 캠코에 인수가격을 대폭 할인해 줄 것을 요청하려는 입장이지만 일단 캠코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아직 동국 측에서 정식 요청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우선매각협상대상자 계약 체결시 확정된 내용으로 볼 때 5%이상 추가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7월에 비해 현 시점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문제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격협상 마감시한인 내달 11일까지 캠코와 원만한 협상을 통해 회사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코의 입장이 바뀌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의 자금시장 위기는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캠코 입장에서도 서둘러 보유지분을 팔아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캠코는 매수가 인하 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항을 협상 중에 있다고 밝혀 당초 캠코가 내세운 논리대로 가격 인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협상기한인 11월11일까지 동국과 캠코의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측이 쉽게 쌍용건설 인수에 대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본입찰시 냈던 입찰보증금 250억원 때문. 브라질 고로사업으로 인해 한푼이라도 더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보증금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쌍용건설 인수전 흐름은 동국제강이 입찰보증금을 찾고 인수전을 떠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이 입찰보증금 250억원을 모두 찾고 나가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해야한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이를 기화로 동국제강은 수렁과 같았던 쌍용건설 인수전에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쌍용 우리사주 조합도 가만히 앉아서 주당 3만1000원이란 부담을 떠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 우리사주 측은 "동국제강이 매수가 할인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단지 인수전에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면 우리도 우선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동국 측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쌍용건설 우리사주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동국은 캠코 지분을 모두 매입해야한다.

우리사주조합 측은 "우선매각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일시적으로 올랐던 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책정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인수가격만 대폭 올려놓고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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